“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반대” 목소리, 20대 젊은층에게는 통했다

2018-02-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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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김영철 방한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젊은층 반발을 문재인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을 몸으로 저지하겠다며 파주 통일대교 점거 농성을 벌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 뉴스1
지난 24일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을 몸으로 저지하겠다며 파주 통일대교 점거 농성을 벌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 뉴스1

자유한국당 등이 '천안함 참사 배후'로 지목된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반대 공세를 펼쳤던 시기, 20대 젊은층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지난 19~23일 전국 성인 2510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해당 여론조사에는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자유한국당 등 주요 정당 지지율 등이 조사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0%포인트다.  

이번 여론조사(2월 3주차)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5.7%를 기록했다. 이는 설 연휴 직전인 2월 2주차 집계 대비 2.6%포인트 오른 수치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자유한국당 등이 북한 김영철 반대 공세를 집중적으로 펼친 지난 22~23일, 20대 젊은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대목이다. 

리얼미터는 "문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에는 평창 올림픽 흥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치권과 언론 일부의 '김영철 방남 반대' 공세가 격화한 주 후반(22~23일)에는 경기·인천과 20대에서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대 젊은층에서는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반대 목소리가 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다만 지난 19~23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정당 지지율은 1.5%포인트 떨어진 19.3%였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한 주 만에 다시 10% 후반대로 하락했다. 

지난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북한 김영철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지난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북한 김영철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최근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저지에 당력을 집중했다. 이를 발판삼아 문재인 대통령 비판 공세에 열을 올렸다.  

지난 24~25일 북한 김영철이 한국으로 오는 길목으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인 김무성 의원과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장제원 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농성에 참여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김영철이 대한민국 땅을 밟기 위해서는 우리를 먼저 밟아야 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인간 휴전선을 치고 인간 방어막이 돼 김영철 방한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은 장시간 농성을 벌였지만, 북한 김영철은 지난 25일 오전 통일대교 대신 인근에 있는 전진교로 우회해 한국으로 왔다.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지난 24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반대'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지난 24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반대'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 문제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꾸리고 북한 대표단을 만난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등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젊은층 반발 여론을 문재인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봉단·단일팀... 평화올림픽 올인한 문재인 정부에 '청년'은 없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진보 매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요즘 젊은층 분위기를 전했다. 

김근식 교수는 "2030 젊은이들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추억보다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과 연이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부정적 기억이 훨씬 강렬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2030 젊은이들은 민족 담론이라는 거대 담론에 익숙치도 않고 친화적이지도 않다"며 "자유분방하고 실용적이고 유연한 2030에게 민족화해와 같은 담론과 당위성은 오히려 꼰대와 아재의 고지식한 잔소리로 들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평택 해군 2함대에 거치된 천안함을 찾아 묵념하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평택 해군 2함대에 거치된 천안함을 찾아 묵념하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씨도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젊은층 여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청와대를 나온 직후 이뤄진 인터뷰였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저희는 당연히 단일팀만 해도 '평화 올림픽'이라고 하는 이 거대한 목표 속에 조금 우리가 손해 보는 뭐가 있더라도 우리 국민은 그런 것들 충분히 수용하고 이해하실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박 전 대변인은 "가상화폐 문제, 평창 올림픽 단일팀 구성 문제. 이런 것들은 정책적 요소, 민생적 요소인데..."라며 "이 과정에서 저희는 소위 20~30대 세대별, 계층별 정책이 얼마나 세밀하게 설계가 돼야 하는지를 정말 반성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