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넘게 엎어져 있는 경주 남산 '마애불' 원위치 찾는다

2018-03-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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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은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의 간격이 5㎝에 불과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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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천 년 넘게 엎어진 채 땅을 보고 있는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 통일신라 마애불상의 원위치를 찾는 연구가 이뤄진다.

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남산 열암곡 마애불의 원위치와 방향을 확인하고, 불상 주변 지역 정비와 안정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경북유형문화재 제113호) 일대를 조사하던 중 발견한 남산 열암곡 마애불은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의 간격이 5㎝에 불과해 큰 화제를 모았다.

8∼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산 열암곡 마애불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460㎝, 발 아래 연화 대좌가 100㎝이며, 전체 높이가 560㎝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총 무게는 70∼8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상이 약 40도 경사로 고꾸라진 정확한 이유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엎어진 덕분에 풍화 작용을 거의 겪지 않아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륨 있는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 도톰한 입술, 좌우로 벌어진 발이 특징으로 꼽힌다.

남산 열암곡 마애불은 존재가 확인된 뒤부터 얼굴을 드러내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워낙 무거워서 불상을 세우는 입불(入佛)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90도로 돌려 와불(臥佛) 형태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5년 마애불 현황과 보존처리 결과 등을 담은 정비보고서를 발간했고, 경주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입불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당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전통적인 공법으로는 입불이 어렵고, 지반을 보강한 뒤 호이스트 크레인이라는 장비를 이용하면 마애불을 세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호이스트 크레인으로 입불을 하기 전 안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모형실험을 해야 하나, 예산 24억원이 필요해 일단 불상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쪽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인 상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 중인 마애불 원위치 추정 연구에서는 불상 바닥 부분에서 지름 2.54㎝·길이 5㎝인 시료 5개를 채취한 뒤 주변 암반에서 얻은 시료와 비교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아울러 연구원은 마애불 불두(佛頭) 활동방지 시설 설치, 석축·비탈면 등 주변 지반 안정화, 배수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도 제시하게 된다.

한편 부경대 환경지질학과 연구팀은 지난 2009년 지질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산 열암곡 마애불이 현재 위치에서 약 12m 떨어진 자연 암반에 조각돼 있다가 떨어져 나오면서 반시계 방향으로 20도 회전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구팀은 "불상의 풍화도와 주변 암석 분포, 산사면 형태 등을 살폈을 때 불상은 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아 갑작스러운 힘으로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붕괴 원인으로 779년 경주 지진을 지목하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용역이 8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며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마애불을 보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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