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여미다

2018-03-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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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토박이말 맛보기]여미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맛보기]여미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여미다

[뜻]벌어진 옷깃 따위를 바로잡아 반듯하게 하다.

[보기월]아이의 옷깃을 여며 주시는 어머니의 손길에 사랑이 넘쳐 나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온봄달(3월) 들어 둘째 날이자 새배해(새학년)을 비롯하는 날이었습니다. 배곳에 꽃등 들어오는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들배움풀이(입학식)이 있었고 새배해를 비롯하는 비롯풀이(시업식)도 있었습니다.

새내기들과 그들의 손을 잡고 줄줄이 들어오신 어버이들이 어울마당을 가득 채운 뒤 들배움풀이(입학식)를 했습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는 어버이들께 옆으로 나와 달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이 손을 놓고 다들 나오는 데 한 어머니께서 쪼그려 앉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아이의 옷깃을 여며 주시는 어머니의 손길에 사랑이 넘쳐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 그렇게 느꼈지 싶습니다.

배곳(학교)가 즐거운 배움과 만남이 가득한 좋은 곳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들배움풀이를 만들고자 마음을 썼습니다. 선물도 두 가지를 챙기고 말그대로 온 식구들이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며 큰 손뼉을 쳐 주었습니다. 좋은 날 좋은 기분까지 함께 담을 찍그림터(포토존)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저도 처음 잡이(사회)를 맡아서 마음을 졸였는데 큰 잘못 없이 잘 마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어제는 집가심을 했습니다. 먼저 아이들이 어릴 때 보던 책을 골라 내어서 먼지를 털고 닦은 뒤 쌌습니다. 아이들 아우들에게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던 생각도 나고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이 대견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버릴 것 줄 것을 보태니 모두 열 다섯 상자였습니다. 그렇게 많이 비웠는데도 빈 책꽂이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버릴 게 많이 남았다는 것이겠지요.^^

밤새 비가 와서 그런지 숨씨(공기)가 한결 더 맑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어제 오늘 오는 비는 봄을 더 얼른 오라고 부르는 비일 것입니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향을 떠나올 때, 명주 수건을 머리에 씌어 주고 옷을 여며 주시던 할머니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어.(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병사들은 철모를 고쳐 쓰고, 조심스럽게 짤그락 실탄을 먹고, 방탄조끼를 여미고, 조용히 전투 준비를 했다.(안정효, 하얀 전쟁)

4351해 온봄달 닷새 한날(2018년 3월 5일 월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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