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80%는 직장상사” 직장 내 성희롱 당해도 76%가 참는 이유

2018-03-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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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만 있고 처벌은 없는 한국 직장문화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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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투(Me too)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하는 가운데 직장 내 성희롱 80% 이상이 '직장상사'에 의해 가해지고,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권력형 성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은 '회식 장소(77.2%)'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고, 성희롱 유형은 불쾌한 성적농담(78.2%)과 부적절한 신체접촉(64%)이 압도적인 수치를 차지했음에도 피해자 10명 중 8명(76.7%)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오는 8일 제110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6일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노총이 산하조직 조합원 714명을 상대로 시행한 이번 실태조사에서 '직접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115명(16.1%)이었고, 성희롱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을 안다고 답한 사람은 91명(12.7%)로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 100명 중 약 30여명(28.8%)가 직·간접적으로 성폭력에 노출된 셈이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는 '직장상사'가 81.1%(167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직장동료 25.7%(53명) △고객 10.2%(21명) △사업주 6.8%(14명) △거래처직원 3.9%(8명)가 뒤따랐다.

성희롱이 발생한 장소로는 회식자리가 77.2%(159명)로 가장 많았고 △사업장 내 43.7%(90명) △출장 11.2%(23명) △교육 또는 워크숍 5.8%(12명) 순으로 집계됐다.

직장 내 '성희롱 유형'으로는 성적 발언이나 농담이 78.2%(161명)를 차지했으며 △불쾌한 신체접촉이 64%(131명) △회식자리 술 따르기 강요 32.5%(67명) △외모에 대한 평가·성적 비유 31.1%(64명) △문자메시지를 통한 사적 만남 강요 9.7%(20명) △메신저를 통한 야한 사진 및 영상 전송 8.7%(18명)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제공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제공

반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사람 중에서 '그냥 참는다'고 답한 직장인은 무려 76.7%(158)를 차지해 피해만 있고 처벌은 없는 한국 직장문화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성희롱을 가한 당사자에게 항의하거나 사과를 요구한다는 응답은 15%, 직장 내 인사팀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노동조합에 신고한다는 응답은 10% 남짓에 그쳤다.

한국노총 김순희 여성본부장은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가해자가 대부분 직장상사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대부분 '그냥 참는' 선택을 하고 있다"며 "상대가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그것을 긍정적인 의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독 남성에 의한 성희롱이 많은 이유는 남성들이 가진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성희롱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관계에 의한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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