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해했는데 집행유예”... '그알'에서 재조명한 살인 사건

2018-03-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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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심한 외상으로 인해 뇌사에 빠졌다가 12일 만에 사망했다.

이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여자친구를 때려 살해한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나온 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부 살인사건에 대한 사법부 판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이 중 한 사건은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와 있는 사건이다. 지난해 7월 27일 집에서 여자친구 A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이모(39) 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11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A씨는 심한 외상으로 인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뇌사 상태에 빠져 12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동공 반응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고발됐다.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격분해 우발적으로 폭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상해치사 형량은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까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피고인 이 씨가 직접 119에 신고했고 유족과 합의했으며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제혁 변호사는 "이렇게까지 강하게 폭행을 휘두르는 것을 우발성으로 다 포함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는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에서 사법부가 어떤 이유로 판결하는지 살펴보니 격분과 분노가 상당히 많다"며 "이 사람은 그러지 않을 사람이었는데 누군가가 분노를 자극해서 살해했다고 하니까 죄가 가벼워지는 거다"라고 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가해 남성들이 보통 '내가 술에 취해서 그랬다', '우발적으로 그랬다', '여성의 행실이 어떠해서 그랬다'고 말한다"라며 "그게 판결에서 감형 요소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