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루게릭병 치료 단서 남기고 떠났다

2018-03-15 13:47

add remove print link

호킹 박사는 21세에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운동신경질환, 이른바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호킹 박사 / 이하 연합뉴스
호킹 박사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장애를 극복하고 이 시대 최고 물리학자로 왕성히 활동한 스티븐 호킹 박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불치병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호킹 박사는 21세에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운동신경질환(MND·motor neurone disease), 이른바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운동신경질환은 광범위한 용어로, 미국에서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이라는 표현이 더 널리 사용된다.

통상 이 병을 진단받은 3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절반 이상이 2년 이내에 사망하는 만큼 76세까지 삶을 영위한 호킹 박사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운동신경질환 연구개발협회 국장 브라이언 디키 박사는 "호킹 박사가 이 병을 앓으면서 가장 오래 생존한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은 아니라도 우리가 아는 한 영국에서는 분명히 이 부문 최장수"라고 말했다.

운동신경질환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뇌와 척수에 영향을 미치고, 움직임을 통제하는 신경을 공격해 근육이 더는 작동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걷거나 말하는 것 결국에는 숨 쉬는 것까지 어려워진다.

호킹 박사 역시 이 병에 걸린 뒤 아무 이유 없이 넘어지고 행동이 둔해졌으며, 증세가 심해져 결국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또한 1974년까지만 해도 스스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1980년에 이르러서는 매일 밤낮으로 간호사 한 무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1989년 호킹 박사와 당시 아내 제인
1989년 호킹 박사와 당시 아내 제인

디키 박사는 "호킹 박사가 운동신경질환 진단을 받은 뒤 그토록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전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호킹 박사의 유전자 구성 중에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면서 "이 이론은 예외적으로 오래 살아남는 이들에게서 보호 작용을 하는 유전자를 찾기 위한 세부 연구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디키 박사는 호킹 박사의 유전자 정보가 운동신경질환 연구개발협회의 전국 DNA 은행에 접수되면 호킹 박사가 사망 후에도 여전히 과학적 발견을 위해 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병의 치료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방대한 국제 유전자 지도 프로젝트가 결국 증세 악화를 막는 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MinE 프로젝트는 전 세계 19개국에서 근위축성측삭경화증에 걸린 약 1만5천 명과 이런 질병이 없는 7천500명의 DNA 프로필을 분석해 지도를 그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에 걸리기 쉽게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현재는 진단을 받고 10년 이상을 생존하는 약 5%의 사람들에게서 보호 작용을 하는 유전자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