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 끊은 독거 노인이 남긴 봉투

2018-03-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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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안동에 살던 최모(68)씨는 집주인에게서 집이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대문경찰서
동대문경찰서

'독거노인이 자살 전 남긴 글'이라며 SNS에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는 사진.

지난 2014년 10월 최모(당시 68세)씨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한 주택 1층에 살고 있었다. 49.5㎡(15평) 남짓한 집이었다. 전세금 6000만원이었는데, SH공사 '독거노인 전세 지원금' 5700만원을 받아 낸 돈이었다.

최씨는 집주인에게서 집이 팔렸으니까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세금을 지원해준 SH 공사 측은 10월 28일 최씨에게서 "내일(29일) 집을 비우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29일 오전 10시쯤, 최 씨는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최씨는 시신을 수습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 봉투를 남겼다. 봉투 위엔 "고맙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라. 개의치 말라"고 적혀 있었다. 10만원 정도 되는 현금이 들어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약 3개월 전 모시던 노모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더이상 일을 나가지 않았다.

최씨는 이 밖에도 자신의 장례비로 추정되는 100여 만원, 전기·수도요금 고지서와 이에 해당하는 돈도 ‘빳빳한’ 새 돈으로 구해 남겨놓았다. 이런 식으로 해서 남긴 돈은 총 176만원이었다.

경찰은 "특별한 직업이나 모아놓은 재산이 없던 최씨가 집을 비워져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집에서 발견된 돈은 그의 조카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전세계적으로 수위를 다툴 정도로 높은데, 이유는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이 2009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줄곧 차지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은 OECD 평균 3배가 넘는다. 외롭고 가난한 노인들이 계속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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