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여물

2018-03-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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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토박이말 맛보기]여물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맛보기]여물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여물

[뜻]말이나 소에게 먹이려고 말려서 썬 짚이나 마른풀

[보기월]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소가 먹는 짚이나 풀에도 '여물'이란 이름을 붙이셨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갈배움 길라잡이(교육과정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오셨지만 자리를 함께해 주신 분들께 많은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도 토박이말 놀배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일을 맡겨서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을 우리 배곳(학교)에서 스스로 하게 된 게 가장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마음을 써서 챙겼던 일이 끝이 나서 그랬는지 닷날 저녁에는 마음을 놓고 잠을 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있을 만남에 쓸 것을 갖춰 놓고 여느 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면서 꿈을 꾸느라 일찍 잠자리에 든 보람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으로 돌아가 동무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소를 먹이고 팽이를 다듬어 팽이싸움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소 여물을 때에 맞춰 못 주는 바람에 꾸중을 듣다가 잠을 깼습니다. 잠을 깼는데도 겪던 일처럼 어찌나 뚜렷하던지요.

그렇게 잠을 깨서 그런지 얼른 잠이 다시 들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물'이란 낱말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소가 먹는 짚이나 풀에 '여물'이란 이름을 붙이셨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소가 먹는 먹이 가운데 한 가지에도 이름을 붙일 만큼 꼼꼼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꼼꼼함을 우리가 제대로 잘 이어받아 새로운 말을 만드는 데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제 밤부터 또 비가 옵니다. 이렇게 봄비가 잦을 걸 보니 올해 가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땅이 도와 돋을 새싹과 꽃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볼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비라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아침 일찍 얼나마 소에게 여물을 주신다.(표준국어대사전)

-옆애 서 있던 말은 혓바닥을 내어 입 가장자리를 핥을 뿐 여물에 얼른 입을 대지 않았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더위 먹은 소가 여물 반가운 모르듯 그는 세상만사가 그저 심란스러울 뿐이었다.(윤흥길, 완장)

4351해 온봄달 열아흐레 한날(2018년 3월 19일 월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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