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 애프터서비스 해볼까 한다”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 인터뷰)

2018-03-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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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깜짝 답변할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 전성규 기자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 전성규 기자

국민청원 답변 과정에서 약속한 정책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사후에 점검하는 '청원 A/S' 제도를 청와대가 구상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업무'를 총괄하는 정혜승(47)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앞으로 청원 A/S를 해볼까 한다"며 "청원 답변 이후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건 살펴보려고 한다. 당장 해결되지 않아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팔로-업(follow-up)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정부가 차근차근 해나갈 테니 지켜봐달라는 답변을 많이 드린다"며 "차근차근 해나가는 과정에 대해 당연히 국민들에게 보고를 드려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은 청원 A/S 제도에 대해 "아직 거친 아이디어 수준"이라며 "시행 시기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답변한 청원 중 일부를 선택해 A/S 할 생각"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소통 기조를 내걸고 지난해 8월 19일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20일 기준 14만 건이 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일 평균 600건이 넘는 수준이다. 

현재까지 소년법 개정, 낙태죄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가상화폐 규제 반대,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국회의원 최저시급 적용 등 청원 15건에 대해 답변을 했다. 모두 답변 기준인 동참자 수 20만 건을 넘긴 청원이다.

일례로 청와대는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에 대해 "2011년 이후 중단된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를 연내 재개해 성평등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인 통합 인권교육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청원 A/S' 제도가 도입되면,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 재개' 등 청와대가 약속한 정책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깜짝 답변할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전성규 기자
정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깜짝 답변할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전성규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은 답변 기준인 동참자 수 20만 명을 넘긴 청원에 대해 청와대 또는 정부 관계자가 답변하도록 돼 있다. 청와대 답변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정부 답변자는 각 부처 장관으로 각각 정했다. 그동안 청와대에서는 정혜승 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답변자로 주로 나섰다. 

이런 가운데 여건이 허락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깜짝 답변을 할지도 관심사다. 

정혜승 비서관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게 담당 비서관실 욕심"이라며 "그러나 이게 저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대통령 답변을 들어볼 만한 청원이 들어와야 한다. 청원 주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민청원과 관련해 마련한 기준들 /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가 국민청원과 관련해 마련한 기준들 / 청와대 홈페이지

일각에서는 "국민청원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며 실명제로 전환하거나 동참자 수 20만 명인 답변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정 비서관은 실명제 전환, 답변 기준을 높일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정 비서관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관리하고 SNS 홍보를 진두지휘하는 총책임자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에 서로의 직급과 존칭을 쓰지 않는 일명 '닉 문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의 닉네임은 마녀를 변형한 말인 '마냐'다.    

정 비서관은 1994년부터 10년 넘게 문화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2008년 다음에 입사했고 지난해 초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정책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청와대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지난 14일 정혜승 비서관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1.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됐다. 정 비서관이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 가장 큰 성과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것을 실제 구현한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생각하는 중요 현안을 국민이 직접 아젠다 세팅을 하고,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답을 한다는 점에서 한 걸음 진전된 소통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이 뜻을 모으면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답한다. 이런 게 정부의 책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켰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 청원 답변자로 나서는 일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 분위기는 어떤가?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다.

=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자는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 각 정부 부처 장관급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조심스러워 한다. 그동안 청원에서 쉬운 답변이 하나도 없었다.

“부담스럽다”고 하는 분도 당연히 있다. 그래도 요청을 드리면 다 하는 분위기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민이 참여하는 소통 방식인 청원에 대해 적극적 지지자다. 현재 국민청원 최다 답변자도 조국 수석이다. 

3. 정형식 판사 파면, 김보름-박지우 선수 자격 박탈, 국회의원 최저시급 등 청와대가 관여하기 곤란한 청원도 있었다. 공식 답변을 준비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청원해주시는 것, 이것도 민심이라 생각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이고, 답변을 명확하게 하기 어렵더라도 ‘다른 대안은 없을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난감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좋게 생각한다. ‘진정성을 갖고 성의있게 준비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다. 국민을 달래드리는 것도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4. 간혹 너무 원론적인 답변을 해서 “청와대 청원은 답정너”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 국민들 심정을 이해한다. 저희가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도 이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청와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고 해결해서도 안 된다. 청와대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5. 일부 무분별한 청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풍자하면서 SNS에서는 “청와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비유 어떻게 생각하나?

= 청와대학교? 청와대 대나무숲? (웃음). 이런 비유 처음 봤다. 

인상적이었던 SNS 글 중 하나가 “속 터지는데 청원이라도 없었으면 어찌할 뻔했냐” 였다. 그런 배설구 역할까지 저희가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무분별하다고 지적받는 국민청원의 경우 많은 분들이 서명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합리적이다. 저희는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있다.

6. 무분별한 청원을 우려하면서 청와대 청원을 ‘실명제(또는 부분실명제)’로 전환해야 하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명제 전환을 검토할 계획은 있나?

= 그것(실명제)이 더 나은 것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익명성의 한계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혹시 무분별한 중복 서명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희가 볼 때 중복 서명, 중복 어뷰징이 심각하게 일어난 사례는 없었다.

그 부분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만약 더 문제가 생긴다면 보완 대책을 논의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실명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7.  아예 청와대 청원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청와대 국민청원이 갖고 있는 순기능이 일부 나타날 수 있는 역기능보다는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폐지할만한 그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다.

8. 무분별한 청원, 명예훼손·허위사실 청원 문제 등은 앞으로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와대 차원 대책은 있나?

= 명예훼손, 허위사실이 담긴 국민청원은 지금도 관리자인 저희가 삭제를 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룰이다. 청원을 잘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다음) ‘아고라’에서 배워온 게 있다. 아고라가 잘했던 것, 아고라가 못했던 것, 아쉬운 것… 그런 경험을 국민들도 잘 알고 계신다. 

9. 최근 답변 기준인 ‘동참자 수 20만 명’을 넘기는 청원이 늘고 있다. 청원이 급증하면 청와대에 업무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답변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20만 명을 달성한 청원이 늘고 있는 점을 저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답변 기준을 올리는 것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예의주시 이상으로 말씀드릴 게 없다. 

‘이건 죽어도 안 되겠다’ 그럴 때 가서 판단하겠다. 현재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선이다. 청와대 각 비서관실이나 정부 각 부처에서 답변 준비를 잘 도와주신다. 

10. 현재까지 청원 15건에 대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청원 1가지를 꼽자면?

= 개인적으로 ‘낙태죄 폐지’ 청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냐면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그렇게 문제가 많은지 몰랐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할 일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1. 청와대 청원 답변자는 청와대 참모(수석·비서관)나 정부부처 장관 등이 답변하게 돼 있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청원을 전제로,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답변을 할 가능성도 열려 있나?

= 너무 하고 싶다. 당연하다. 언제나 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있다. 

그러나 이게 저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대통령 답변을 들어볼 만한 청원이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청원 주제도 중요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게 담당 비서관실의 욕심이다. 

12.  이번에는 청와대 SNS 국정홍보에 대한 질문을 하겠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SNS 국정홍보 수단으로 라이브, 영상 콘텐츠 제작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 보도 영역과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었다. SNS 국정홍보를 하면서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나? 

= 저희는 미디어가 아니다. 언론과 경쟁하지 않는다. 저희는 청와대 소식으로, 국민과 소통을 책임지는 부서다. 그것은 보도 영역과 충돌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정부도, 언론도, 국민도 함께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13. SNS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청와대 역시 발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SNS 국정홍보 ‘시즌 2’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 항상 고민하고 있다. 저희도 왜 고민이 없겠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에 ‘재밌고 진지하면서도 호소력 있으며 확산력 있는 콘텐츠’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일명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불리는 미션이다. 

지금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는... 앞으로 청원 A/S를 해볼까 한다. 청원 답변 이후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건 살펴보려고 한다. 

당장 해결되지 않아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팔로 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차근차근 해나갈 테니 지켜봐달라는 답변을 많이 드린다. 차근차근 해나가는 과정에 대해 당연히 국민들에게 보고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14. 마지막으로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일하는 소감, 곁에서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말해달라.  

= 처음 여기에 오게 된 게...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가슴 뛰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라고 제안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면 그것이 ‘가슴 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진정성이 하나씩 만들어가는 변화,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