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보면 괴식?" 한국식 피자의 다양한 실험과 한계

2018-03-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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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핑 듬뿍, 단짠 조합...한국식 피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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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에서 ‘피자 위 파인애플’은 마치 탕수육의 부먹, 찍먹처럼 논쟁거리가 되는 일이 흔하다.

대체로 단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파인애플 피자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영국의 유명 셰프 ‘고든 램지 같은 이는 “파인애플 피자는 범죄”라고 ’극딜‘하기도 한다.

피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전래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변형이 심한 지역을 꼽는다면 역시 한국이 순위권 안에 들 것이다.

피자가 처음 유행하기 시작한 80년대 후반에는 페퍼로니에 각종 야채, 햄 등을 넣은 미국식 ‘콤비네이션’이 대세였다. 그러나 이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식 피자에는 온갖 실험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특히 푸짐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성을 반영하며 토핑 종류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한 가지 맛에 집중하기보다는 달고, 짜고, 기름진 맛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상의 피자가 대부분인 것도 한국식 피자의 특징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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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만 해도 소라나 게살, 오징어, 랍스터 등으로 다양하고 햄과 소시지 외에 스테이크나 치킨, 감자와 옥수수, 고구마무스 등이 아낌없이 쓰이고 있다.

심지어 도우를 쿠키나 페이스트리로 대체하거나 수프를 채워 넣는 등의 변형도 한국 피자에서는 존재한다.

아시아권에서 마요네즈나 데리야키 소스를 듬뿍 얹은 캘리포니아 롤을 제대로 된 초밥으로 치지 않듯, 서양에서는 이런 한국식 피자를 괴식이라며 비웃는 경우도 많다.

한 서양인 블로거는 아예 한국식 피자를 별도의 음식으로 분류하고 도우와 토핑의 특징을 정리해 놓기도 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는 도우와 소스의 질을 중요시하며 토핑은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에서 들어온 음식이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며, 비난을 들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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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카고식, 뉴욕식, 디트로이트식 등으로 나름의 ‘계보’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이나 일본 피자는 유행을 심하게 타는 경향이 있다.

올해 초 도미노피자에서는 ‘다시 먹고 싶은 단종 피자’를 묻는 설문조사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여기에는 도이치휠레, 씨푸드퐁듀, 치즈케이크샌드 등 인기를 끌었던 메뉴들이 포함됐다.

피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기 메뉴라 하더라도 채산성이 맞지 않거나 경쟁사에서 신제품을 내놓으면 바로 퇴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끊임없는 메뉴 회전이 결국은 가격상승 요인이 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일부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가 매장 수를 줄이는 등 업계에 불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먹는 이들의 마음을 잡는 ‘꾸준함’의 부재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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