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열풍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마케팅 전락 위험"

2018-03-22 18:32

add remove print link

“여성 의제에 대한 고민 없이 '미투'나 '페미니즘'이란 문구만 차용해 여성의 지갑을 털려고 하는 현상은 얕은 마케팅 수법에 불과하다”

미투 굿즈 판매 크라우딩펀드
미투 굿즈 판매 크라우딩펀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이효석 기자 = "디자인에 사회 이슈를 녹여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 판매자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응원 배지'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모금을 시작했다.

이 배지에는 영어로 'with you'라고 적혀 있어 몇몇 사람들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 굿즈(상품)로 생각하고 구매했다.

하지만 이 배지는 판매자가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불붙기 전인 지난해 다른 쇼핑몰에서 팔던 동일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돈벌이에 미투 운동을 악용하려 한다"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결국, 판매자는 펀딩을 조기 중단했다.

트위터 아이디 'dood****'는 증거 사진을 함께 올리며 "과거 청춘을 주제로 판매하던 제품을 다시 끌고 와 미투 운동 굿즈로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윤 창출에 미투 운동을 이용하려는 속내가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해당 크라우딩펀드 사이트에는 각종 미투 굿즈를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각종 글이 올라와 있는데 배지 판매자가 여기에 편승하려다 들통난 것이다.

실제로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티커·티셔츠·휴대전화 케이스 등 미투 굿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향한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대학원생 유 모(32·여) 씨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시민으로서 이런 식으로 홍보가 된다면 좋겠지만, 가끔 미투 굿즈랍시고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보면 이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고 혀를 찼다.

직장인 이 모(30) 씨는 "진정성이 있든 없든 페미니즘이나 미투 관련 굿즈가 더 활발하게 출시됐으면 좋겠다"며 "페미니즘이 패션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으면 이미지를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굿즈의 인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돈벌이에 급급한 상업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여성 의제에 대한 고민 없이 '미투'나 '페미니즘'이란 문구만 차용해 여성의 지갑을 털려고 하는 현상은 얕은 마케팅 수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크라우드펀딩으로 여성 의제를 판매·소비하는 것도 여성연대 방식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상업화로 크라우드펀딩이 절실한 여성주의 예술가들의 등판 경로를 막아버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도 '미투'
나도 '미투'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