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을 앞두고 쓴 글 (전문)

2018-03-2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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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76) 전 대통령이 구속을 앞두고 심경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76) 전 대통령이 구속을 앞두고 자필 편지를 남겼다.

22일 오후 11시 8분쯤 서울중앙지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후 11시 15분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는 그가 쓴 자필 편지가 올라왔다. 지난 21일 새벽에 미리 작성해둔 글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각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다. 자책감을 느낀다"라고 썼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다. 피의자 지위, 범죄의 중대성과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으로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된 4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그는 뇌물수수, 조세포탈, 횡령 등 14개 안팎의 혐의를 받는다.

(전문)

지금 이 시각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번 잘 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재임중 세계 대공황 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같이 합심해서 일한 사람들

민과 관, 노와 사 그 모두를

결코 잊지 못하고 감사하고 있다.

이들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뿐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2018.3.21. 새벽

이 명 박

이하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하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