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모이는 스파이들…치열한 남북·북미정상회담 첩보전

2018-03-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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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상황이 급변하면서 서울을 찾는 해외 스파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북측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가운데 회색 양복)이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대표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북측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가운데 회색 양복)이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대표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언뜻 보면 그냥 평범한 한국의 50대 남성이다. 보수적인…"

대북정보 수집과 공작업무를 수행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내 코리아임무센터(KMC) 센터장을 맡고 있는 앤드류 김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국에서 만났다는 한 국내 안보담당 관계자의 말이다.

'대북 저승사자'로까지 불리는 앤드류 김은 한국에서 태어나 이민을 간 후 CIA 아시아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의 방콕과 베이징 등을 거쳐 한국CIA지부장을 지낸 후 은퇴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발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류 김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방한한 북한의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직접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맹 부부장은 북한 응원단이 묵었던 인제스피디움에 상주하며 응원단 관리 등 지원 업무를 보다 2월26일 선수단과 응원단 등과 함께 북측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대남 일꾼 맹경일이 한국 체류 기간 동안 단순 북측 지원 업무 외에 남북 관계와 관련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국정원 측 인사와 접촉하며 남북 관계 로드맵을 그렸다는 관측도 있다. 이 과정에서 맹 부부장이 방한한 앤드류 김과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같은 추정은 최근 남북,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통일전선부, 한국의 국가정보원, 미국의 CIA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스파이부서들이 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아울러 정보당국에 의하면 북한과의 대화무드가 조성되는 등 한반도 안보상황이 급변하면서 서울을 찾는 해외 스파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선 아시아지역을 비롯해 미국 본토의 CIA 요원들이 한국에 방문하거나 새롭게 서울에 상주하는 요원 숫자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과 북미사이 현안들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정보수집과 판단, 비밀공작관련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5층의 일명 '지역조사과'에 위치한 한국CIA지부를 근거지로 정치, 경제, 사회 부문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CIA 한국지부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가 열리는 매주 토요일 밤에도 밤늦게 불을 켜며 촛불집회 상황을 시시각각 모두 지켜보며 본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광화문 집회가 벌어졌던 매주 토요일에는 광화문 미국대사관의 5층에만 유독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남북, 북미회담에서 소외된 일본 정보기관의 내각정보조사실도 광화문의 한 사무실을 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선 미국과 한국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접촉해 최근 남북, 북미정상회담 간 진행상황과 비공개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보이지는 않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각국 정보기관 요원들의 서울 첩보전이 가열되고 있다"며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스파이들의 활동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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