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우회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규탄한다“

2018-03-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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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성차별 사상검증 논란은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졌다.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한 게임업체가 여성 게임 원화가를 상대로 페미니즘 사상 검증에 나섰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한국여성민우회가 해당 게임업체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27일 여성민우회는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공개했다.

여성민우회는 지난 26일 게임제작사 대표가 자사 직원과 면담한 내용을 두고 비판했다. 여성민우회는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 가부장적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면 우리는 '반사회적'이다. 우리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여성민우회는 "우리는 지난 2년간 개인이 페미니스트인지 판별하여 징계, 배제하는 작태를 수없이 목도해 왔다.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사과와 해명을 요구받고 불이익을 당했다"라며 여러 예시를 들었다. 그 중에는 넥슨 김자연 성우 교체 사건과 SBS 라디오 '배성태의 TEN' 막내작가 하차, 에이핑크 손나은 핸드폰케이스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논란이 된 레드벨벳 아이린 등이 포함됐다.

여성민우회는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라며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약칭 민주노총)도 성명서를 내고 imc게임즈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한 세기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인권탄압을 정당화했던 빨갱이 사냥과 똑같은 행태의 사상 검증이 여성들을 옥죄고 있다"라며 "진정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을 논하는 반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을 구분하는 잣대를 들이댈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 / 넥슨 홈페이지
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 / 넥슨 홈페이지

앞서 imc게임즈의 '트리오브세이비어' 원화가 A씨가 '메갈' 관련 계정을 다수 팔로우하고 관련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A씨는 트위터를 통해 "메갈에 관련해 잘 알지도 못하고 옹호할 생각도 없다"라며 해명글을 올렸다.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는 게임 이용자들 요구가 거세지자 imc게임즈 대표 김모 씨는 지난 26일 A씨와 면담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면담 과정에서 김 씨가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 했는지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 등을 질문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상 검증' 논란이 일었다.

김 씨는 해당 글을 공개한 취지에 대해 A씨에 대한 '메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상 검증이라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를 언급한 것은 잘못됐다"라며 "두 단체와 모든 유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소녀전선 페이스북
소녀전선 페이스북
키위웍스 홈페이지
키위웍스 홈페이지

모바일게임 '소녀전선'과 '마녀의샘3'도 이용자들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을 문제삼으며 논란이 되고 있다. '소녀전선' 제작사 X.D.글로벌은 논란 발생 후 해당 일러스트레이터 작업물을 삭제한 반면 '마녀의샘3' 제작사 키위웍스는 "불법이 아닌 이상 직원의 개인적인 종교적, 사회적 활동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며 피해를 떠안고 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메갈'은 현대의 빨갱이"라며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위협하여 일자리를 잃게 하는 일들이 히잡보다 무엇이 나은가"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사흘 만에 1만 8143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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