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와 같이 은행가서 확인했다” 정봉주 사진작가가 밝힌 '카드 내역' 전말

2018-03-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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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다른 양상으로 치닫자 글쓴이는 '카드 내역'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7년 전 정봉주 전 의원과 동행했던 사진기자가 카드 사용 내역을 발견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정봉주 사진작가입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지난 7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보도 이후 약 20여 일 동안의 기억을 전했다.

그는 "3월 7일, 문제의 첫 보도가 나오고 그 날 늦은 저녁 제 스튜디오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났을 때의 첫마디가 '만나셨어요?' 였고 돌아온 답은 '전혀 기억이 없다'였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진작가는 정 전 의원이 미투에 이용당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나꼼수' 팬들이 많아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볍게 포옹하는 너무 자연스러운 인사였기 때문에 누군가 그걸 '미투'로 이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이틀여 간 당시 동행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 기억을 짜 맞춰보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정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내놓은 780장 사진을 얻은 경위를 전했다. 당시 한 언론사 사진기자를 통해 이 사진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왜 그 사진들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느냐고들 하시는데, 제가 알기론 블랙 하우스에서도 전체 공개를 염두에 두고 녹화를 진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면서 "경찰 측에서 프레시안 쪽의 보도가 계속 바뀌는 것을 의심해서 공개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은 780컷 모두를 보게 됐을 겁니다"라고 했다.

이후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A양이 비공개 기자회견을 했다. A양은 위치기반 앱 기록을 바탕으로 5시 이후 렉싱턴 호텔에서 체크인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다른 양상으로 치닫자 글쓴이는 '카드 내역'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카드내역에 생각이 미쳤고 혹여라도 다른 곳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 의원과 저는 은행에 방문합니다. 거기서 18:43분 이랜드렉싱턴이라 찍힌 내역을 찾게 되구요"라고 했다.

카드 내역이 밝혀진 후 고소를 취하했다고도 전했다.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동행했던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어떤 분은 절대 간 적 없다고까지 부인하지만, 카드 내역이 있는 이상 모두 무의미한 기억이라 판단했습니다. 어떤 추측이나 부연도 의미 없을 거라 생각하고 애당초 '방문한 적이 없다는 확신으로 시작한'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는 취하합니다. 내역은 경찰에게 바로 제출하고요"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 전 의원에 대해 밝혔다. "제가 아는 정 전 의원은 굉장히 솔직한 사람입니다. 거짓말도 못 하는, 포커페이스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큰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란 걸 꼭 알아주셨음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어준 씨는 29일 방송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카드 내역은 정 전 의원이 발견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어준 씨는 "정 전 의원은 더 확실한 알리바이를 확인하려고 자신의 카드내역까지 확인하게 됐다"면서 "오히려 정 전 의원이 오후 5시 이후 자신의 알리바이를 카드내역으로 확인해 반박하고자 했기에 변호사들을 다 데리고 간 것이었다. 유리한 알리바이를 찾으려다 자신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를 스스로 찾아낸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7일 SBS는 정봉주 의원이 성추행 의혹이 있었던 날 렉싱턴 호텔에서 사용된 카드 내역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정 전 의원은 하루가 지난 28일 오후 페이스북에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는 글을 남기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작가의 글 전문이다.

이십여 일 간 제정신으로 산 것 같지 않네요.

3월7일, 문제의 첫 보도가 나오고 그 날 늦은 저녁

제 스튜디오에서 정 전의원을 만났을 때의 첫마디가

'만나셨어요?' 였고 돌아온 답은 '전혀 기억이 없다'였습니다.

당시 나꼼수팬들, 여성분들이건 남성분들이건 만남 자리에서 가볍게 포옹하는 정도는 너무 자연스런 인사였기 때문에(당시 발간된 책이나 카페만 뒤져도.:),

누군가 그걸 ‘미투’로 이용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이틀여간 당시 동행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 기억을 짜맞춰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왜 그때 카드내역을 살펴볼 생각을 못했는지 이제와 후회가 됩니다만, 7년 전 어떤 카드를 어떻게 썼는지를 바로 기억해낸다는 것 자체가 더 힘들었을것 같긴 합니다.

전 여기에도 몇번 썼지만, 당시 상황에 남 눈을 피해서 호텔을 들락거린다는 것조차가 말도 안된다 생각했고, 얼기설기 증언을 통해 맞춰본 (심지어 어떤 일정은 당시 기사를 통해 알기도 했습니다) 그 날 일정에서도 여의도를 들릴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 하루의 일정을 모두 재구성한다는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첫 기사에서 언급한 오후 시간대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구요. 이때까지가 첫 대응이었습니다.

민x파가 나오고 시간대가 특정되면서 당시 저희 일행이 아닌 다른 분들의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폰카였고, 일부는 스냅카메라인 사진이 확보되었고 다행이도 exif도 살아있더군요. 이게 처음 공개한 명진스님과의 사진입니다.

제 글 보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전 당시 사진을 보관한 하드디스크가 인식불능이 된지 오래였고, 나중에 찾아낸 사진에서도 타임라인을 채울만큼의 사진이 없었습니다. 전 기자가 아니라서... 인물 중심으로만 특징적인 컷들을 담는터라..

아무튼 그 와중에 제보된 사진들 중 다른 사진기자가 찍혀있는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연락하기 전까지 그 기자분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계시더군요.

780컷의 사진 대부분은 그 분을 통해 얻게 됩니다. 거의 분단위로 찍으신터라 저희도 미비했던 타임라인을 다 채우게 되었구요.

왜 그 사진들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느냐고들 하시는데, 제가 알기론 블랙하우스에서도 전체 공개를 염두에 두고 녹화를 진행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측에서 프레시안쪽의 보도가 계속 바뀌는 것을 의심해서 공개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은 780컷 모두를 보게 됐을겁니다. 박모 변호사의 삽질도 없었을테구요.

여기까지가 어제 오전까지의 상황입니다.

공교롭게 bbk재심청구 기자회견을 발표하던 시각에 맞춰(원래는 11시 예정이었는데 정론관 일정 때문에 앞당기지 않았다면 a양과 동시에 진행했을겁니다) a양의 비공개기자회견이 있었고,

이전의 모든 보도를 무시하는 주장에 또 한번 멘붕에 빠지게 됩니다. 5시 넘어 을지병원에 있는 사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사진은 없었으니까요.

몇시간동안 또 찾고 찾았습니다. 그러다 카드내역에 생각이 미쳤고 혹여라도 다른 곳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의원과 저는 은행에 방문합니다. 거기서 18:43분 이랜드렉싱턴이라 찍힌 내역을 찾게 되구요.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동행했던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어떤 분은 절대 간적 없다고까지 부인하지만, 카드 내역이 있는 이상 모두 무의미한 기억이라 판단했습니다. 어떤 추측이나 부연도 의미없을거라 생각하고 애당초 ‘방문한 적이 없다는 확신으로 시작한’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는 취하합니다. 내역은 경찰에게 바로 제출하구요.

제가 아는 정 전의원은 굉장히 솔직한 사람입니다. 거짓말도 못하는, 포커페이스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큰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란걸 꼭 알아주셨음 합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대중들은 결과만을 기억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지지해주고 도움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남기게 되어 저 또한 너무 죄스럽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정 전의원이 a양을 만났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여러 가정이 떠오르지만 정의원 스스로가 모든 다른 중요한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불필요한 소모전은 중단되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저는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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