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고 이름보고 2500만원 송금” 카톡 사칭 사기 급증...카톡측은 나몰라라

2018-03-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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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은 늘어나는 사칭 사기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사칭 사기가 늘어나고 있지만 카카오톡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한 H 기업 임원을 지냈던 A 씨는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B씨에게 연락을 받았다. 선배는 다짜고짜 A 씨에게 "우리 사이에 돈 빌려주는데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라고 물었다. A 씨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스러웠지만 돈 이야기를 듣고는 이내 피싱 사기가 있었다고 직감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사흘 전 B씨는 A 씨 사진이 프로필사진으로 등록된 카카오톡 계정으로 연락을 받았다.

사칭범은 A 씨 카카오톡 프로필사진과 실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 피해자 카카오톡 대화
사칭범은 A 씨 카카오톡 프로필사진과 실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 피해자 카카오톡 대화

A 씨를 사칭한 사기범은 "중국에 급하게 송금이 필요한데 지급 방법이 없다"라며 B 씨에게 중국 위안화로 송금을 부탁했다. A 씨와 친한 사이였던 B 씨는 베트남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해 중국에 체류하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피해자 카카오톡 대화
피해자 카카오톡 대화

두 다리를 걸친 수고 끝에 B 씨는 중국 계좌에 15만 위안(한화 약 2550만 원)을 송금했다. B 씨는 송금을 마친 후에야 A 씨에게 전화를 걸게 됐고 그제야 이름을 사칭한 피싱 사기임을 깨달았다.

A 씨는 위키트리에 "사기범은 B 선배뿐 아니라 H 기업 선후배 7명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다"라고 밝혔다.

사기범은 A 씨 신분을 속인 것뿐 아니라 A 씨 과거 직장 인맥을 꿰뚫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사기범은 직장 인맥을 자연스럽게 언급하며 쉽사리 지인들 의심을 허물었다.

사기범이 연락한 7명 중 6명은 의심스러워 돈을 보내지 않았다. 그중 일부는 A 씨에게 연락해 이름과 사진이 도용된 게 아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신종 사기 수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70대 고령인 선배 B 씨는 피싱을 눈치채지 못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큰돈을 사기당하는 범죄가 일어났지만 카카오톡 측은 후속조치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

사건 직후 A 씨는 카카오톡 판교 오피스에 찾아가 사칭 계정에 등록된 연락처를 요구했다. A 씨는 추가 도용 사기를 막기 위해 사기범 계정 삭제도 요청했다.

카카오톡 측은 정보통신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제공을 거절했다. 카카오톡은 계정 삭제 권한 역시 없다며 사기범 계정 삭제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A 씨가 오랫동안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야 "계정 삭제는 어렵고 계정을 정지하겠다"라며 사칭 계정을 이용 정지했다.

A 씨는 위키트리에 "카카오톡은 이런 사칭 사기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카카오톡이 사기 사건에 책임이 없어 사건 예방에는 관심없어 보였다"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배우 홍석천(48) 씨도 카카오톡 도용 사기를 당했다. 그는 지인으로 된 카카오톡 계정으로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의심없이 돈을 송금했다. B 씨 피해 사례와 똑같은 방법이었다.

JTBC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지인으로 위장한 사기범죄가 기승하고 있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JTBC는 "신종 보이스피싱은 이렇게 진짜 프로필과 정확한 호칭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기 때문에 속기 쉽습니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카카오톡 사기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카카오톡은 피싱 사기를 막기 위한 방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피싱 사기범은 누군가의 이름과 프로필사진으로만 아무런 제한 없이 카카오톡에서 사칭 사기를 시도할 수 있다.

카카오톡 커뮤니케이션팀 이슬기 매니저는 "이용자들이 각자 개인정보 유출에 주의하고 카톡 친구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에게 오는 메시지에 유의해야 한다"라며 개인적인 차원에서 주의만을 당부했다.

사칭과 도용 사기로 몸살을 앓았던 인스타그램은 이미 '인증 배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유명인, 공인 계정에 파란색 배지를 달아 사칭과 도용을 사전에 예방했다.

문재인 대통령 인스타그램
문재인 대통령 인스타그램

사칭이나 도용으로 인한 피싱 사기로부터 카카오톡 이용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ome 김원상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