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처럼 뭉쳐서 미투로 바꾸자” 대학생들 성폭력 규탄

2018-03-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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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서 체온을 나누는 펭귄처럼, 함께 '미투'를 말하려는 대학생들이 모여 성 문화 변혁을 촉구했다.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 이하 연합뉴스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뭉쳐서 체온을 나누는 펭귄처럼, 함께 '미투'를 말하려는 대학생들이 모여 성 문화 변혁을 촉구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는 전국 14개 대학 35개 단체 대학생 150여명이 모여 "대학 내 미투 이제는 바꿔내자,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는 표어 아래 '펭귄들의 반란'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함께 말하면 비로소 바뀐다', "당신은 우리의 교수가 아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대학 내 성폭력을 규탄했다.

동덕여대 여성학동아리 'WTF'의 장준희 대표는 "일부 교수나 지인들은 미투 운동을 가벼운 농담으로 소비한다"며 "저 같은 여성과 성범죄 피해자에겐 절대 가볍지 않고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성범죄 피해자는) 자기 혐오감이 들고, 부정적 감정에 따라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은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 옆에서 함께 응원하고 연대하겠다"고 미투 폭로자들을 지지했다.

'서울대 H교수 대응을 위한 학생 연대'에서 온 백인범 씨는 "서울대 사회대의 H교수는 직원, 학생, 동료 교수를 상대로 성추행, 폭언, 횡령을 저질렀다"며 "학교 본부는 단지 정직 3개월 징계만 내렸다"고 비판했다.

백씨는 "본부는 8개월째 징계를 내리지 않다가 늑장 징계를 내렸다"며 "가해자 교수를 쫓아내고 그들을 옹호하는 대학 구조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동국대 페미니스트 모임 '쿵쾅' 대표 예진 씨는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며 "단순한 가해자 처벌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페미니즘 소모임 '흰'의 송예진 대표는 "그 어떤 어른도 공동체 내 성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지금은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여전히 가해자들의 공식적 사과는 없고, 가해 교수는 혐의를 부인한다"며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좌절하면 안 된다. 우리의 목소리는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를 주관한 '펭귄 프로젝트 기획단'은 "오래전부터 대학은 '성폭력의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성폭력이 존재했다"며 "피해자들은 침묵하거나 공동체를 떠나야 했지만, 이젠 피해자 곁에는 지지자들이 모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대학 내 성폭력을 말하고자 모든 피해와 폭로에 '위드유'로 연대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학생들은 마로니에공원 집회 후 최근 미투 관련 집담회에 강의실 대여를 취소한 성균관대 정문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펭귄 프로젝트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한 관심이 커진 대학생들이 모여 지난해 3월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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