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장난친다며 학생에게 '얼차려' 시킨 대학 교수

2018-03-3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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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전원이 얼차려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수업시간에 대학생들이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교수가 '얼차려'를 주는 것은 인권침해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목포해양대 학생 A씨가 낸 진정을 받아들여 얼차려를 준 B교수에 대해 주의 조치를 하고 교직원들에게 인권교육을 할 것을 이 대학 총장에게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 31일 학교 교육장에서 이뤄진 소방교육 수업시간에 떠들고 말을 잘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B교수 조교들에게 학생 전원이 얼차려를 받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이날 수업에서 일부 학생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장난을 치거나 떠들었다.

그러자 B교수는 조교들을 시켜 134명의 학생 전원에게 '팔 벌려 높이뛰기',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나기' 등 얼차려를 1시간 동안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학교 소방교육 수업은 A씨를 비롯한 해기사 지망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었다.

B교수는 조사에서 "실제 선박 화재 상황과 유사하게 교육장에 불을 피워놓고 소화작업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져 위험성이 높아 학생들이 집중력과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해야 했다"면서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져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체력훈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선박 화재 등 사고에 대비하는 실습이어서 흐트러진 수업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른 교육적 지도 방법을 활용하는 것을 고려치 않고 자의적으로 얼차려를 지시한 행위는 헌법을 위반해 학생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얼차려가 학생 신체에 직접 체벌을 가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고, 창피함, 당혹스러움 등 심리적 고통을 부르는 행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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