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커피에서 탄산음료까지…추억의 자판기 음료

2018-04-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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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자판기 음료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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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공사에서 승강장 내 매점과 자판기를 조금씩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요즘은 각 역사마다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보니 이들 시설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데다 승객이 많을 때는 혼잡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고 보면 빵에서 손수건까지 상상도 못할 물건들을 파는 일본의 자판기와 달리 한국의 자판기는 뭔가 존재감이 약한 면이 있다. 게다가 관리의 어려움, 위생상의 문제 등도 지하철 내 자판기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오지 않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뽑아 마시던 한 잔의 자판기 커피는 분명 시민들에게 작은 활력소가 되어왔다.

겨울철 야외 역사에서 손을 따뜻하게 해 주던 뜨거운 음료나, 더운 여름날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즐기던 음료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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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 자판기 음료 중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역시 커피가 있다. 기본형(?)으로 커피, 프림 커피, 설탕커피 등으로 나뉜다. 나중에는 일반 커피와 고급 커피로 구별된 자판기가 나오고, 카푸치노나 카페오레 같은 메뉴도 새롭게 추가됐다.

가격이 조금씩 비싼 고급 커피는 재료로 사용하는 원두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커피 마니아가 아닌 한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대부분의 자판기 커피는 믹스 커피로 특유의 ‘끈적한’ 단맛이 이른 아침 몽롱한 정신을 깨우는 데는 제법 효과가 있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주로 프림만 들어간 커피나 블랙을 선호하며, 여름철에는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즐기는 냉 자판기 커피도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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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원에 각종 탄산음료와 얼음을 종이컵에 넣어 주는 자판기도 한여름 승객들의 갈증을 풀어 주는 데 그만이었다.

탄산수에 원액을 섞어서 제공하는 이 자판기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볼 수 있었으나, 얼음이 들어간 음료이다 보니 위생상의 이유로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율무차나 코코아, 홍차와 ‘궁중한차’라는 이름의 정체불명(!) 음료도 자판기에서 종종 볼 수 있던 메뉴이다.

국산차 메뉴 중에는 ‘우유’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시판되는 우유 맛과는 달리 마치 분유를 뜨거운 물에 타 마시는 느낌의 달달한 음료였다.

칼로리가 다소 높은데다 생우유에 비해 영양가도 떨어지지만 나름의 마니아를 확보하던 자판기 우유는 최근 편의점을 통해 부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가루를 컵에 붓고 더운물을 타 마시는 ‘매일우유맛원컵’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자판기 음료는 맛이나 영양 면에서 ‘고급’의 범주에 넣기에는 망설여진다. 하지만 어린 시절 엄마 몰래 먹던 불량식품이 아련한 추억을 일깨우듯, 지하철에서 모습을 감춰가는 자판기 음료도 언젠가 우리 곁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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