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한국인 피랍' 보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기자들이 겪은 일

2018-04-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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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가나 한국인 피랍사건' 엠바고를 갑자기 해제한 일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 손기영 기자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 손기영 기자

청와대가 최근 발생한 '가나 한국인 피랍사건' 엠바고(보도유예)를 갑자기 해제한 일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외교부는 사건 직후 납치된 국민 안전을 위해 국내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며칠 뒤 청와대가 돌연 출입기자들에게 피랍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문 대통령 지시사항을 홍보하기 위해 엠바고를 급작스럽게 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출입기자들에게 "몇몇 언론들이 홍보가 그리 급했나라는 식으로 기사를 쓴 것은 대단히 악의적이고 유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두바이에 있는 동안 계속 보고를 받았다"며 "엠바고를 건 이유는 납치된 분들 신변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나 등 현지에서 보도가 나왔다. 피랍자들 생명을 쥔 그들(해적)이 이미 보도를 다 봤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6일 가나 주변 해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랍 어선 마린 711호에는 한국인 3명 등이 탑승해 있었다. 한국인은 선장, 항해사, 기관사였다.

납치세력은 마린 711호를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이동시키던 중 한국인 3명 등을 보트에 옮겨태운 뒤 지난달 27일 도주했다. 한국인 3명 소재는 현재 불명인 상황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피랍 사건이 발생하자 국내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했다. 당시 외교부는 "피랍이 추정된다. 우리 국민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엠바고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종 구출될 때까지는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외교부뿐만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정보 보고 등 비공식 루트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외교부 요청으로 엠바고를 준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피랍사건 관련 메시지를 보냈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급파하라는 문 대통령 지시사항이 담긴 내용이었다.

윤영찬 수석은 메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가나 해역에서 피랍된 마린 711호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고, 지난 3월 28일 새벽 귀국한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청해부대를 피랍 해역으로 급파해 피랍된 우리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합참은 동일 오전 9시 오만 살랄라항 앞바다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피랍 해역으로 이동하도록 긴급지시했다"며 "문무대왕함은 현재 탄자니아 인근 해역을 통과하고 있으며 4월 16일 경 사고 해역에 도착 예정"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청와대 발표 직전 국내 언론에 엠바고 해제를 통보했다.

자유한국당은 2일 가나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청해부대 급파를 지시한 것을 비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선 피랍시점이 26일 오후 5시 30분 경인데 버젓이 매 사냥에 사막 체험이나 즐기던 대통령이 28일 두바이 관광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마치 선심쓰듯 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립서비스하는 기만적 작태를 그대로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