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이효리가 읽은 시

2018-04-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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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씨가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하 'SBS 뉴스'
이하 'SBS 뉴스'

이효리 씨가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3일 '제70주년 제주 4.3 사건 추념식'이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유족들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가수 이효리, 루시드 폴이 참석했다.

루시드폴은 추념식 시작을 알리는 무대를 꾸몄다. 루시드폴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4.3 희생자를 위해 만든 '4월의 춤'을 불렀다.

이효리 씨는 4.3 희생자를 추도하는 묵념 후 등장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단상에 선 이효리 씨는 특별한 소개나 인사 없이 이종형 시인의 '바람의 집'을 읊었다.

바람의 집 -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낭송이 끝나고 가수 이은미 씨가 '찔레꽃'을 불렀다. 이효리 씨는 관계자의 추모사 이후 다시 등장해 이산하 시인의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를 읽어 내려갔다.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 이산하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이효리 씨는 다시 조용히 단상을 내려갔다. 이효리 씨가 낭송한 시는 모두 4.3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시다.

home 박송이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