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 인한(?) 음식 이름의 혼란 실태

2018-04-11 18:00

add remove print link

헷갈리는 외국 음식 이름, 정확한 명칭을 알아보자

pixabay
pixabay
tvN ‘수요미식회’ 햄버거 편을 보면 “미국에서는 쇠고기 패티가 들어간 것만 햄버거라고 부르고 나머지는 샌드위치라고 표기하는 게 원칙”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속 재료에 상관없이 번 형태의 빵을 이용한 것이면 무조건 ‘~~버거’라고 부르니 미국에서 이들 메뉴를 주문하게 된다면 혼동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스트리아에서 ‘슈니첼’을 주문하고 왜 돈까스가 나오냐며 자신의 수필집을 통해 불평한 적이 있다.

실상 이는 일본에 알려진 ‘슈니첼’이라는 명칭이 쇠고기 커틀릿만을 가리키기 때문에 일어난 오해다.

본토에서 슈니첼은 돼지고기를 쓰는 것이 기본이며 쇠고기, 정확히 말하면 송아지고기 커틀릿을 먹고 싶다면 ‘위너 슈니첼’이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특정 지역의 음식이 외국에 전해지면서 일어나는 명칭의 혼동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Flickr
Flickr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친근한 길거리 간식인 오뎅이다. 한국에서 ‘오뎅’하면 어묵을 가리키지만 일본에서는 어묵 외에도 곤약이나 문어, 소힘줄, 떡이나 만두 등 다양한 재료를 국물에 넣어 먹는 요리를 말한다.

생선살을 갈아 만든 어묵을 일본어로 옮기려면 ‘오뎅’이 아닌 ‘가마보코’라고 하는 것이 맞다.

또 각종 견과류를 갈아서 만든 스프레드를 영어로는 ‘~~버터’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뭉뚱그려 ‘잼’이라고 부르는 것도 차이점이다.

‘징기스칸’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샤브샤브 형태의 요리를 떠올리는데 사실 일본의 원조 징기스칸은 철판에 양고기와 각종 야채를 구워 먹는 요리이다.

요즘 일본 라멘집의 인기 메뉴인 ‘탄탄면’은 본고장인 중국이 아니라 일본을 통해 들어오다 보니 명칭에 혼동이 생긴 경우이다.

탄탄면은 원래 양념에 비벼 먹는 국수를 말하지만 일본에 건너와서는 국물에 담가 먹는 면으로 변신했고, 심지어 중국 현지에서도 쓰촨 이외 지역에서는 국물 있는 면이 나올 때가 많다.

common wiki
common wiki

영국과 미국의 언어 차이로 인해 혼동되는 음식 이름도 있다. ‘응답하라 1994’에서 미팅에 나선 해태와 삼천포는 ‘비스킷’이 과자인 줄만 알고 40개를 주문했다가 어안이 벙벙해진다.

‘비스킷’은 영국에서는 얇고 바삭한 과자를 가리키지만 왠일인지 미국으로 와선 의미가 변해 버터밀크가 들어간 빵을 가리키게 됐고 원래의 비스킷은 ‘크래커’라는 단어로 대체됐다.

영어권에서 오해를 부르기 쉬운 음식 이름의 또 다른 예는 머핀이다. 영국식 머핀은 둥글납작하고 달지 않은 빵인 데 반해 미국에서 머핀을 주문하면 컵케이크와 비슷한 달콤한 빵이 나온다.

사실 남의 나라 음식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자유이지만 만약 우리 고유의 한식 메뉴가 엉뚱한 중국이나 일본식 이름으로 알려졌다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 이렇게 혼동되는 음식 명칭은 더욱 많아 질텐데, 언젠가는 음식에도 ‘학명’을 붙여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