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혐의 똑같이 유죄” 데칼코마니 같은 박근혜-최순실 판결

2018-04-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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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서로 겹치는 13개 혐의 중 동일하게 11개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뇌물 등 5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뇌물 등 5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66)이 1심에서 징역 2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뇌물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에서 2개를 제외한 16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인 최순실씨(62)는 서로 13개 혐의가 겹치는데 재판부는 최씨와 동일하게 11개 혐의를 유죄로 봤다.

여기에는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을 강요한 행위, GKL을 상대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을 강요한 행위, 삼성과 롯데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이 포함됐다.

일부 유죄이거나 무죄를 선고한 혐의 역시 최씨에 대한 판단과 궤를 같이 했다.

재판부는 현대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를 수주하도록 하거나 KT 인사 및 광고대행사 선정에 개입한 혐의에서 직권남용죄는 유죄로, 강요죄는 무죄로 봤다.

또 삼성의 최씨 딸 정유라씨(22)에 대한 승마지원 금액 중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원, 삼성이 지원한 말과 말 보험료 등 36억원 등 총 72억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하거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행위는 직권남용·강요죄에 해당하지만 뇌물죄로 볼 수 없다는 판단 역시 같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을 진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의 책무를 방기하고 사인에게 권한을 나눠졌고 최씨는 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나머지 5개 혐의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실행해 재판에 넘겨진 다른 공범들과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에 앞서 이날 CJ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했다는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공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역시 1·2심 모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1심은 정 전 비서관이 유출했다는 47건 중 33건은 압수 절차에 문제가 있어 무죄를 선고하고 14건만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문체부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하거나 정부 성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계 단체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더 무겁게 봤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을 압박한 행위에 대해 강요를 제외한 직권남용죄만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직권남용뿐 아니라 강요 혐의도 유죄가 맞다고 판단했다. 사직 요구를 받은 공무원들이 청와대의 지시라는 사실을 알았고, 사직을 요구하기 전 국무총리실이 점검에 나섰다는 일련의 상황이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행위 역시 김 전 실장 등 블랙리스트 1·2심 재판부는 직권남용죄만 성립한다고 봤으나,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강요 혐의도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좌파'에 대한 지원은 부적절하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청와대의 기조는 모두 '좌편향'된 문화예술계를 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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