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근성부터 X선비, 독도 문제까지” 일본계 한국인이 본 한국인과 일본인(인터뷰)

2018-04-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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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인의 열정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입장에서 일본을 분석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수업 중 "일본놈이..."라는 말이 무심코 튀어온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지난달 JTBC 프로에 출연한 호사카 교수는 "귀화하셨나요?"라고 질문을 받았다. 호사카 교수는 "정확하게 보면 귀화라는 말은 '일왕에게 복종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일본어"라고 답했다. '귀화'라는 말을 쓰는 게 좋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일본 도쿄 출신인 호사카 교수는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한국에 거주해왔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2003년 한국인이 됐다. 현재 세종대학교 독도 종합연구소 소장이다. 현재 외교부에서 독도정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대와 20대를 위한 다양한 책을 내고 한국과 일본이 가진 편견을 허물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달 30일,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를 만나 한일관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호사카 유지 교수 / 변준수 기자
호사카 유지 교수 / 변준수 기자

◈ "한국은 선비, 일본은 사무라이죠"

연구소 문을 두드리자 호사카 유지 교수는 반가운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교수는 전화 통화 중이었고 기자에 양해를 구했다. 잠시 둘러본 연구소에는 독도와 관련된 자료와 수많은 논문이 책장에 가득했다. 통화가 끝나고 한국인과 일본인에 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인을 가리켜 흔히 하는 말인 '냄비근성', '선비 같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냄비근성'이란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스스로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국인들이 사건을 대할 때 논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면이 있다고 본다. 곰곰이 생각하면 감정적인 것은 '열정적이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열정은 한국을 움직이는 힘이다.

'X선비', '선비같다'는 말을 들어봤나요?

한국은 선비, 일본은 사무라이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은 승리를 갈망하는 손자병법적 사고를 한다. 한국인들은 명분을 중시하는 성리학적 입장에 서서 말한다. 한일 양국은 선비정신과 사무라이 정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부분을 모두 겪었다.

일본 성리학에 큰 영향을 끼친 강항의 내산서원 /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일본 성리학에 큰 영향을 끼친 강항의 내산서원 /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선비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원래 선비 정신은 '민본(民本)'이 근간을 이룬다. 백성이 국가의 근본이라는 생각이다. '민본' 정신은 현대 한국 사회서 시민사회의 발전을 가져왔다.

선비는 말과 글로 싸운다. 이런 사고는 한국 사회에서 시민 저항이 비폭력적으로 발전이유이기도 하다. 3·1운동과 독립운동, 4·19 혁명과 최근의 촛불 시위까지 비폭력적 입장을 취했고 신념을 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저항적 폭력을 사용했다.

◈ 일본 역사 왜곡과 한국 청년들의 역사 인식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인은 명분을 중시하는 '선비문화', 일본인은 승리 지향적인 '사무라이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 피아노, 미술학원을 한 번쯤 가봤을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예(禮)와 악(樂)을 강조한 선비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입니다.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 영향으로 운동은 많이 하나 예능을 중시하지 않습니다."

그는 저서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에서 "두 문화는 임진왜란 이후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썼다.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가던 교수에게 일본의 역사 왜곡에 관해 질문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앞선 질문보다 열정적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야스쿠니 신사'는 왜 이렇게 논란인거죠?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월령공주)'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 다양한 일본 신이 나온다. 일본은 자연, 산신, 유명인들을 신으로 모시고 신사를 짓는다. 한국에서 위인을 사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 일본 전역에 신사는 자연적으로 생겼지만 '야스쿠니 신사'는 다르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일본 전통 신이 없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국회의원들 / 연합뉴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국회의원들 / 연합뉴스

메이지 유신 당시 에도 막부와 싸웠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과 그의 주군 쵸슈 번주는 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걸 막으려고 초혼장을 치렀고 병사들에게 죽어서도 신이 될 거라고 말했다. 1869년 도쿄에 쇼콘사(초혼사·招魂社)를 지어 죽은 병사들을 합장했고 후에 '야스쿠니 신사'로 이름을 바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은 장병의 유족들을 도쿄로 초대해 대접하면서 전쟁에 관한 불만을 잠재우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가 정치적인 가장 큰 이유를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 신궁(朝鮮神宮)'이라는 분사를 세웠다. 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본국으로 돌아갈 때 신사를 자기 손으로 부쉈다. 순수한 의미의 신사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한국 2030세대는 일본 2030대보다 역사에 관심이 없다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일본과 한국 역사교육 방식이 조금 다르다.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시마네 현에서는 토론 교육을 한다. 학교에선 한국과 일본 주장을 분석하고 토론 수업에서 한국을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

일본 논리가 우수하다는 식으로 교과서에 싣고 가르친다. 일본에 불리한 부분은 뺀다. 한국에서도 독도 교육, 역사교육을 하지만 논리적이지 못하다. 국민들은 일본의 입장, 한국의 입장, 제3국이 바라보는 독도 등 일본보다 더 넓게 독도와 역사 문제를 알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여러 의견으로 나뉘어 있는 독도 관련 태도를 하나로 결정하고 논리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곰Tv, JTBC '차이나는 클라스'

◈ 한국인의 '열정'과 일본인의 '냉정' 사이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인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선비정신에 빗대어 "촛불을 든 한국인은 전 세계인에 귀감이 됐다. 한국이 가진 열정과 명분을 중시하는 사고가 정치 혁명을 이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역사 문제에 있어 논리가 부족한 부분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한국인에게 필요한 '논리적인 면'이란?

한국인들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 논리화가 잘 돼 있다. 하지만 대외적인 부분, 특히 일본과 관련된 역사 부분에서는 논리적으로 대하기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일제 강점 35년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문제, 외교 문제에서 감정을 앞세우는 것이 한국에 불리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주장에 관한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군 위안부'문제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학술적 성과를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 정부는 의견뿐 아니라 학술적 성과를 수렴하고 외교적,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앞선 정부들은 이를 무시하고 '위안부 합의'를 마무리지었다. 국민들의 감정도 배반하고 합리적인 판단도 내리지 못한 경우다.

◈ 일본에 관해 한국인이 헷갈리는 것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 나라지만 서로 잘 모르는 부분 또한 많다. 일본에서는 학생들에게 전략적으로 한국을 파악할 수 있게 교육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본의 단편적인 모습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흥미로운 질문이다"고 말하면서 편견에 관해 답했다.

일부 한국인은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과 '친일파'를 혼동한다

일본을 '좋아한다는 것'과 친일파는 관련이 없다. 일본은 전략적으로 한국, 중국에 관해 역사적으로 옳다고 왜곡한다. 역사문제, 독도, 위안부 문제 모두 사실을 왜곡한 것이 문제다.

만화, 음악, 영화 등 순수한 문화를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의도적으로 한국을 비하하는 문화 아이템을 만드는 작가다. 고바야시 요시노리 같은 만화가는 일본 우익인사로 의도적으로 한국을 비하하는 작품을 쓴다. 그들은 창작의 자유를 들먹이며 위안부, 역사문제, 침략 전쟁을 미화·왜곡하고 있다.

모든 문화는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의도가 있는 작품은 문화의 포장을 한 정치다. 우리는 이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공개한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만화 / 변준수 기자
호사카 유지 교수가 공개한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만화 / 변준수 기자

'일본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는 편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본 사람들도 지역마다 말에 관한 특성이 다르다. 아오모리, 이와테, 후쿠시마 등 북쪽 지방 사람들은 말수가 적은 편이다. 오키나와나 규슈 지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말이 많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생활 습관 자체가 말이 없는 편이다. 섬나라였고 사무라이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말로써 상대와 겨룬 한국 사람과 달리 일본은 힘과 무력으로 대결했다. 말을 잘 못하면 그 자리에서 해를 입을 수 있었다.

한국보다 일본의 존댓말이 10배 이상 복잡한 것이 그 예이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한 일본인들은 상대적으로 말이 많기도 하다.

◈ "한국을 이끄는 힘은 열정입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젊은 세대가 많이 보는 매체라고 들었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세대는 10대에서 30대 청년들이다. 그들이 편견없이 서로를(한일 양국을)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에 응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한국인에 당부하고 싶은 말

앞서 언급했듯이 감성적인 것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열정적이라는 증거다. 일본은 그 열정이 많이 식었다. 한국인들이 열정에 논리를 더해간다면 한국사회는 더 밝게 변할 것이라고 본다.

일본에 대해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일본을 볼 때도 자세히 봐야 한다. 혐한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스스로 '백제인', '고려인'의 후손이라 말하는 일본인들도 있다. 천가지 얼굴을 가진 일본을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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