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면 지는 거여'…공주고 학생들 위안부 아픔 담은 버스 광고

2018-04-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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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벼룩시장을 열고 위안부 배지를 팔아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공주=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잊으면 지는 거니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담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할머니가 세상을 향해 외친 절규와 같은 말이다.

최근 충남 공주 도심을 오가는 100번 시내버스에는 '잊으면 지는 거니께'라는 문구와 평화의 소녀상, 학생 4명의 모습이 담긴 광고가 붙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기억해요. 우리!'란 글도 덧붙였다.

큰 울림을 주는 이 광고는 이 지역의 공주고 학생들이 제작해 붙인 것이다.

지난해 학생들의 1학년 자율활동의 하나인 '빛깔 있는 학급별 창의 주제 활동'에서 누군가 "일제, 위안부, 독도 문제 등 역사 인식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뜻있는 일을 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논의 끝에 위안부 할머니 관련 광고를 제작해 시내버스에 붙이기로 했다. 학생은 물론 시민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공유하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였다. 교내 벼룩시장을 열고 위안부 배지를 팔아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이에 동참한 학생과 교직원 등이 책과 옷·학용품·가전제품·만년필 등 여러 가지 물건을 너도나도 기부해 순식간에 200여점이 모였다.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도서관 앞에서 벼룩시장을 열어 60여만원을 모금했다.

벼룩시장 모습
벼룩시장 모습

이 돈으로 위안부 배지 400개를 사 벼룩시장에 물품을 기부한 학생·교사 등에게 200개를 선물했다. 100개는 교내에서, 나머지 100개는 이웃 학교에까지 가서 팔기도 했다.

배지를 사고 팔아 남은 돈은 38만원. 광고 제작·부착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다.

학생들은 시내버스 광고대행사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한 달 만이라도 광고를 붙여 달라고 부탁했다.

이 업체 김강철(51) 대표는 "어린 학생들의 뜻이 너무 기특해 가져온 도안을 바탕으로 광고를 제작해 버스에 붙였다"며 "한 달 계약을 했지만, 올 한해는 그대로 붙여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 변모(53)씨는 "거리를 지나는 이 시내버스 광고를 볼 때마다 예전보다는 훨씬 위안부 문제를 더 가까이에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학교 구광조 교감은 "학생들이 위안부 할머니 광고 시즌2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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