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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결혼 초부터 남편에게 맞고 살았습니다. 남편은 공직에 있다 퇴직했는데 경제권을 쥐고 있어 저는 늘 주눅 들어 살았습니다.…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어 내 몫의 재산을 분할 받고 이혼하려고 했더니 남편과 자녀들 모두 나에게 재산을 줄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습니다."(86세 여성)

"아내가 5년 전 딸이 있는 외국에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명목상은 딸 집에 간 것이지만 아마도 거기에 다른 남자가 있는 듯합니다.…아내는 내가 돈벌이를 하지 못한 다음부터는 아예 대놓고 무시했고, 다른 남자도 만나고 다녔습니다. 나도 그런 아내와 더 이상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습니다."(90세 남성)

황혼 이혼 상담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남성 이혼 상담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2017년 면접상담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혼상담이 26.3%(5천215건)로 가장 많았으며, 부부갈등(18.2%, 3천612건), 유언·상속(10.1%, 2천7건), 가사 기타(7.8%, 1천542건), 파산(5.0%, 993건), 성년후견(3.8%, 761건), 위자료·재산분할(3.8%, 748건), 양육비(3.7%, 733건)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고 11일 밝혔다.

이혼상담을 보면 여성이 신청한 경우가 74.2%를 차지해 남성(25.8%)보다 훨씬 많았다.

여성 중에서는 50대가 27.8%로 가장 많았고, 남성은 60대 이상의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조사 첫해인 1995년에는 여성 1.2%, 남성 2.8%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작년에는 여성 21.1%(60대 630명, 70대 169명, 80대 이상 19명), 남성 30.4%(60대 232명, 70대 150명, 80대 이상 27명)를 각각 기록했다.

이혼상담을 받은 내담자 중 최고령자는 남성은 90세, 여성은 86세였다.



상담소 측은 "50대∼60대의 경우 결혼 초부터 시작된 갈등으로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으나 자녀 양육이나 경제 문제 등을 이유로 참다가 자녀가 성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 이제라도 자신의 삶을 찾겠다며 이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연금 분할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과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배우자에게서 벗어나 남은 생은 독립된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도 50~60대 이혼 상담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혼 사유는 남녀 모두 '장기별거, 성격 차이, 경제갈등, 폭언 등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1위를 차지했는데 이 가운데서도 '장기별거'(여성 19.0%, 남성 29.2%)가 가장 많았다. '장기별거'는 조사 항목에 새롭게 추가된 1995년에는 여성 0.1%, 남성 1.2%에 불과했지만 매년 꾸준히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상담 유형 중 이혼상담이 가장 많긴 했지만 그 건수와 비율은 전년도(6천969건, 31.6%)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혼에 대한 협의를 끝낸 이들의 위자료·재산분할(3.8%), 양육비(3.7%) 관련 상담 비율은 높아져 이혼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언·상속에 대한 상담도 전체의 10.1%를 차지해 2000년(2.4%)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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