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영작은 블랙 팬서" 사우디 35년만에 영화관 재개관

2018-04-19 23:10

add remove print link

강경한 이슬람 원리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영화관도 1980년대 초반 문을 닫았다.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AMC 체인 영화관에서 팝콘 상자를 손에 든 아와드 알라와드(오른쪽 5번째) 사우디 문화정보부 장관 등 관객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사우디에서 35년 만에 첫 상업영화 '블랙팬서'가 상영됐다. 이 영화 상영을 계기로 최근 사우디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이하 뉴스1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AMC 체인 영화관에서 팝콘 상자를 손에 든 아와드 알라와드(오른쪽 5번째) 사우디 문화정보부 장관 등 관객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사우디에서 35년 만에 첫 상업영화 '블랙팬서'가 상영됐다. 이 영화 상영을 계기로 최근 사우디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이하 뉴스1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상업 영화관이 35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는 18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영화관 사업자 AMC의 영화관이 사우디 정부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사우디에선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영향으로 강경한 이슬람 원리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영화관도 1980년대 초반 문을 닫았다.

그러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회·경제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에 따라 대중문화를 제한했던 규율과 관습이 빠르게 폐지되고 있다. 상업 영화관 허가도 같은 맥락이다.

35년 만에 재개된 영화관에서 상영된 개봉작으론 미국 할리우드 마블의 '블랙 팬서'(Black Panther)가 선정됐다.

리야드에서 처음 문을 연 영화관에 입장하는 사우디 남성
리야드에서 처음 문을 연 영화관에 입장하는 사우디 남성

이날 역사적인 첫 상영 행사에는 리마 빈트반다르 공주, 아와드 알아와드 사우디 문화공보부 장관, 외교단 등 사우디의 각계 유력인사가 초대됐다.

리마 공주는 "첫 상영작을 보게 돼 영광이다"라면서 "사우디 국민이 모두 내가 지금 느끼는 즐거움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알아와드 장관도 "오늘은 사우디가 더 활기찬 경제와 사회로 변화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면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에 가득 찬 리더십이 없다면 가능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칭송했다.

AMC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 애덤 에런은 "오늘은 AMC는 물론 사우디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일반 관객은 다음 달부터 영화관에 입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장료는 50리얄(약 1만4천원)으로 책정됐다.

사우디 정부는 상업영화 개봉을 통해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를 보기 위해 인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나갔던 사우디 국민이 이제는 국내에서도 엔터테인먼트 관련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돼서다.

사우디 문화공보부는 영화 산업이 활발해지면 2030년까지 240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유발효과와 정규직 3만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35년만에 문을 연 상업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 '블랙팬서'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35년만에 문을 연 상업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 '블랙팬서'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첫 상영작으로 블랙팬서가 선택된 것은 왕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왕실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왕위 계승을 확정 지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에런 AMC 최고경영자는 그런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블랙 팬서는 매우 인기 있는 영화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 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영화관 350곳, 상영관 수 2천500개를 목표로 한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급격한 대중문화 개방 정책은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는 25세 미만의 문화 소비 욕구를 더는 종교적 규율로 억누르지 못하는 현실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3세의 왕세자가 이끄는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보수 종교세력의 저항을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젊은 층의 지지로 돌파하려는 왕실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1980년대 한국의 군부 정권의 이른바 '3S 정책'(스포츠, 영화, 성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 우민정책)처럼 정부에 대한 불만을 대중문화로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사우디는 최근 3년여 계속된 유가 하락과 예멘 내전 개입으로 정부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 복지, 보조금 예산을 줄여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영화 '블랙 팬서'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블랙 팬서'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