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했다”

2018-04-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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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법원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이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서지현 검사가 '사회적 고발'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검찰 내부 성추행 사건을 고발한 서지현 검사가 출연했다. 서지현 검사는 MC 김어준(49) 씨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JTBC '뉴스룸'을 통해 고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앞서 2010년 10월 어느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 1월 29일 폭로했다.

김어준 씨가 "8년 전 일인데, 그 동안 왜 침묵했냐"고 질문하자 서지현 검사는 "처음에는 검사장이 사과를 받아준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그렇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조직 내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고자 했지만 다 묵살당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지현 검사는 "임은정 검사가 (검찰) 게시판에 수 차례 글을 올렸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임은정 검사는 당시 검찰국장에게 불려가 혼났다고 들었다"라며 "가해자가 너무 큰 권력자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두려워했다. 모두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했고 자신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저도) 잊어버리려고 노력했지만 시스템상으로 괴롭혔다"라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는 2014년도 사무감사에서 사소한 사항에 가혹한 지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사건을 지연시켜) 공소시효를 넘겼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 기록을 직접 가져다가 보니 표지에 날짜가 잘못 기재돼있을 뿐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건이었다. 기록을 열어보지도 않고 지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사 부임지가 나흘 만에 네 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는 "원래 여주지청 유임이 결정됐는데 결재 과정에서 검찰국장이 '서지현을 꼭 날려야 된다'고 해서 날릴 곳을 찾느라 인사를 지연시켰다고 들었다"라며 "통영지청 부임은 (경력이나 기수로 봤을 때) 너무나 명확했다. 아예 나가라는 의미였다"라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서울 북부지검 최초로 여성 특수부 검사로 임명됐었고 법무부 장관상을 두 번 수상했으며 우수사례에 열 두 번이나 선정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서지현 검사는 "설사 제가 실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인사는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곰TV,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지난 18일 법원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고, 인사불이익은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또 검찰의 '셀프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심은 가는데,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라며 "안태근이 지시했다는 진술이나 근거는 없고 의심은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영철 CBS 선임기자는 "검찰 안팎에서는 안태근라인 검사들이 법무부에서 계속 과장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영장심사에서 가족들 얘기를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해졌다. 서지현 검사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