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묘지교' 학내 길고양이에게 학생증 만들어준 숙명여대 학생들 (사진 13장)

2018-04-20 18:30

add remove print link

“우리는 학내 유일, 학내 최초 길고양이 동아리다”

이하 숙묘지교 페이스북
이하 숙묘지교 페이스북

학내 길고양이에게 이름을 만들어주는 대학 동아리가 있다.

지난해 9월 숙명여대 학생들은 길고양이 보호 모임 '숙묘지교'를 만들었다. '숙묘지교(淑猫之交)'는 숙명인과 고양이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물과 물고기 같은 사이를 의미하는 성어 '수어지교(水魚之交)'에서 이름을 따왔다.

'숙묘지교'는 학내 고양이들을 위해 '길냥이 급식소'를 운영한다. 'TNR(중성화 수술)'도 시행한다.

'숙묘지교'는 학내 모든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지난달 14일에는 '고양이 학생증'도 만들었다.

동아리 부장 김소정(영어영문·17) 씨와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 전문)

동아리를 소개해 달라.

우리는 학내 유일, 학내 최초 길고양이 동아리다. 회원은 60여 명 정도다. 길고양이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고양이와 거리를 유지하는 거다. 고양이들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길고양이가 사람을 겁내지 않고 쉽게 다가가면 길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 길고양이 역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명심해야 한다.

대학 입학 전 교육과정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동물과 공존하는 문제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은 이 문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숙명여대 슬로건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다.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법을 모색하며 이 슬로건을 실천하려고 한다.

고양이마다 이름이 있더라. 하나하나 새로 지은 건가.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굳어진 이름은 그대로 부른다. 아르곤, 크립톤, 태생이 같은 아이들이 그 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이름 추천을 받는다. 우리가 직접 작명을 하기도 한다. 행동이나 외모 특징을 토대로 이름을 짓는다.

고양이 거처나 음식 관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학내 인적 드문 곳 위주로 길고양이 급식소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새 사료와 물을 공급한다. 매달 초 구충제를 먹인다.

겨울이 오면 겨울 집을 만든다. 봄이 오면 집을 폐기한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숙묘지교' 활동 이후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느낌을 받았다. 기쁘다.

문제가 생기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도움을 주는 학생분들, TNR 포획 구조를 도와주는 경비/미화 노동자분들, 활동을 허락한 교직원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숙묘지교' 페이스북에 올라온 고양이 사진 일부다.

태양
태양
태양
태양
태양
태양
챠미
챠미
제논
제논
제논
제논

'숙묘지교' 고양이 학생증 사진이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