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여성 수백 명에게 '고백 쪽지' 남발한 남성 정체

2018-04-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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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남' 박 씨는 연락을 불편해하는 여성들에게 공격적으로 나왔다.

이하 SBS '궁금한 이야기 Y''
이하 SBS '궁금한 이야기 Y''

10년 넘게 수백 명 여성들에게 노란 쪽지로 호감을 표한 의문의 한 남성 이야기가 공개됐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서울과 부산, 경기, 대구, 포항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성들에게 '노란 쪽지'를 보내 연락처를 남기는 '연쇄 쪽지남' 박동원(가명) 씨를 추적했다.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은 노란 쪽지를 받았다는 수백 명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가방 안에서 노란색 쪽지를 발견했는데 읽어보면 '우연치 않게 몇 번 뵈었는데 호감이 가서 이렇게 쪽지를 남긴다. 연락 달라'며 번호가 적혀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받은 번호는 모두 똑같았다. 한 여성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10년 전부터 이런 일을 다른 여성분들에게도 했더라"라고 말했다.

문제는 '쪽지남' 박 씨가 연락을 불편해하는 여성들에게 공격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박 씨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또 "학교를 뒤집어 엎어버리겠다"거나 "프로필 사진이 없으니 다른 사람 번호 도용한 것으로 알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 억지를 부리며 협박을 했다. 여성들은 불안해도 그의 정체를 몰라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

박 씨는 번호로 연락한 여성들에게 자신을 모두 다르게 소개했다. 연세대, 대구대, 영남대, 계명대, 부산대 등 다닌다고 말한 학교만 10군데가 넘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들을 찾아간 취재진은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취재진은 박 씨에게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다는 여성 제보를 토대로 실제로 그가 다녔던 학교를 찾아냈다. 해당 학교 학과 교수는 "편입으로 들어와서 2014년에 휴학하고 그 뒤 계속 미등록해서 작년 10월 11일 제적됐다"라고 확인해줬다. 실제 박 씨는 30대 초반 나이에 실제 모습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매우 달랐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학생은 "다른 과에서 여학생들이 그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며 당시 학교 도서관에서도 '고백 쪽지'를 남발했던 것으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번호를 받은 여성을 가장해 직접 박 씨와 연락을 취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화학과에 다닌다"라며 25살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숙대 애들한테도 연락을 많이 받는다. 원래 인기가 많다"라고 자기 자랑을 늘어놨다.

제작진은 박 씨와 만남을 가지려 했으나 불발됐다. 대신 그의 어머니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전했다. 박 씨 어머니는 "죄송하다. 아들을 꼭 치료받게 하겠다"며 먼저 아들과 이야기해보겠다고 시간을 달라더니 그 후 연락 두절됐다.

전문가들은 제작진에 "관계에 대한 갈망은 있으면서 실제 관계에 어려움을 겪자 어떤 보상심리로 여성들에게 쪽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