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하는 '제주판 살인의 추억'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2018-04-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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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9년만에 재수사하는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도내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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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경찰이 9년만에 재수사하는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도내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이다.

제주경찰은 2006년 9월 소주방 50대 여주인 살인사건, 2007년 9월 40대 주부 살인사건, 2009년 2월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도내 3대 미제사건으로 꼽는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15년 일명 '태완이 법'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뒤 2016년 3월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을 꾸렸다.

이보다 앞서 1999년 11월 40대 변호사 살인사건은 법 시행 전인 2014년 11월 공소시효가 끝나 영원한 미제로 남게 됐다.

9년 전인 2009년 1월31일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씨(27·여)는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오전 2시50분쯤 제주시 용담2동에 있는 남자친구 집으로 향했다.

10분 후 남자친구와 다툰 뒤 집을 나온 이씨의 휴대전화는 오전 4시4분 애월읍 광령초 기지국에서 전원이 꺼진다.

2월2일 오전 9시10분 이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가족들의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된다. 이씨의 차는 시청에서 조금 떨어진 무료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실종 신고 하루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실종자를 찾는 전단을 배포하는 한편 수색에 돌입, 6일 피해자가 발견된 애월읍과는 반대방향인 아라동 모 복지관 인근 도로 옆 밭에서 이씨의 가방을 찾는다.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던 가족과 도민들의 바람과 달리 이씨는 8일 오후 1시50분 이씨는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다.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정황상 용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었다. 시신과 가방은 비에 젖어 증거 확보가 더 어려웠다.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수집한 담배꽁초 20여개에서 DNA를 검출, 택시기사 등 수백명의 DNA와 대조했으나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결국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2012년 6월5일 수사본부가 해체된다.

특히 수사의 가장 기초단서인 사망시간마저 의견이 엇갈렸다.

부검의는 부패가 없고 시신의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높다는 등의 이유로 사망시간이 사체 발견일에서 최대 24시간 이내라는 부검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씨가 실종 당일 사망했다는 여러 정황이 있었다. 2월3일에서 2월8일까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시신이 젖어 있었고 위장 속에 소화되지 않는 음식물과 혈중알코올농도, 2월1일 오전 4시4분 이후 휴대전화 사용 내역이 없다는 점 등이 그렇다.

논란이었던 사망시간은 과학 수사의 발달로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게 된 경찰은 9년만에 재수사에 착수했다.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인 가천대 이정빈 석좌교수의 주관으로 전국의 과학수사요원들이 힘을 모아 동물 사체 부패 실험을 통해 실종 시점을 사망시간으로 새롭게 결론내린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 김기헌 형사과장은 "사망시간이 실종시점이냐 시신 발견시점이냐에 따라서 수사내용이 달라진다"며 "살인사건의 기초적인 단계는 언제 사망했느냐인데 용의선상도 압축 되고 증거수집 방향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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