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한 개 대로변서 학대한 개시장 종업원 벌금 100만원

2018-04-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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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시장에서 탈출한 개를 붙잡아 대로변에서 개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며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개시장 종업원에게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개고기 시장에서 탈출한 개를 붙잡아 대로변에서 개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며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개시장 종업원에게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이춘근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탕제원 종업원 김모(36)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17일 오후 3시께 부산 구포 개시장 내 탕제원의 철창 우리에 가둬둔 개가 탈출하자 300m를 뒤쫓아가 '쇠파이프 올무'로 포획한 뒤 개를 땅바닥에 강제로 짓눌러 끌고 간 후 쇠파이프로 목 부위를 강하게 눌러 의식을 잃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가 개시장에서 탈출한 개를 학대하는 모습 / 연합뉴스
김씨가 개시장에서 탈출한 개를 학대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 판사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에게는 고통을 받지 않을 이익이 있다"면서 "불특정 다수인이 목격할 수 있는 대낮 도로에서 동물의 생명과 신체를 존중하려는 국민의 정서를 저버린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은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 범행의 의미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어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고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장애인권익 옹호기관이 피고인을 보호하고 자립을 지원하며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동물 학대를 방조하고 무허가 도축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업주 안모(57) 씨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안 씨는 김 씨가 '쇠파이프 올무'를 도구로 사용하도록 제공해 범행을 용의하게 한 혐의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허가를 받지 않고 닭을 도축해 마리당 1만5천 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번 판결이 업주에게도 동물 학대 방조 혐의가 인정된 첫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한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그동안 고용주가 동물 학대와 관련된 불법 행위를 주도하면서도 방조죄로 기소되거나 처벌되지 않아 불법 행위를 종업원이 떠안는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시각이었다"면서 "동물 학대 행위와 관련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판결이고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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