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뒤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한다” 서울대 대숲 글

2018-05-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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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한 남자의 러브스토리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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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한 남자의 러브스토리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11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보름 뒤에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을 한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공개 3시간 만에 4800여 명에게 '좋아요'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보름 뒤에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슬픈 한 편의 영화이다.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날, 전 여자친구를 처음으로 만났다. 왁자지껄한 행사 분위기와...

게시: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2018년 5월 10일 목요일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글쓴이는 "이 이야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슬픈 한 편의 영화"라며 예비신부와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글쓴이는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전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수줍어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던 남자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글쓴이는 "자연스럽게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되었고 그녀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스무 살이 더욱 찬란하게 빛이 날 수 있었다"고 했다. 열애를 시작하고 이듬해 두 사람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글쓴이가 카투사 모집에 합격해 입영 날짜가 확정된 것이다.

입대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나던 날 그녀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글쓴이는 "늦을 것 같으면 반드시 연락을 먼저 남겨놓는 그녀였다. 그저 사정이 있겠거니 묵묵히 기다렸지만 30분이 지나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불길한 예감에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건 다름 아닌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게 그녀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병원에서 이틀 밤을 지새우며 여자친구가 깨어나길 기도했지만 결국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글쓴이가 어머니에게서 건네받은 상자에는 전 여자친구가 선물로 준비한 사진과 편지, ‘너가 어디 있든 우리 사랑은 멈추질 않아'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글쓴이는 2년여의 시간 동안 방황하며 지내다 복학을 하게 됐다고 했다. 친구들 손에 이끌려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 갔다는 글쓴이는 이날 세상을 떠난 전 여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 여성은 전 여자친구의 동생이었다. 동생은 글쓴이가 군 복무 시절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로 보낸 편지들을 전했다. 글쓴이는 동생이 이 편지 내용을 언니 대신 지켜봤기 때문인 지 몇 년 알고 지낸 사이처럼 익숙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동생과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무심코 여자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그녀를 통해 달래는 나를 발견했다"며 "용서를 구하고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글쓴이에게 동생이 보낸 편지 한 통이 전해졌다. 동생은 이 편지에 글쓴이를 향한 마음을 적었다. 동생은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계속해 편지를 쓰는 글쓴이를 보며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편지에 적혀있던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편지에는 언니의 옛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된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웠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로 거리를 두자는 글쓴이 이야기에 마지막으로 편지를 쓴 동생은 편지 마지막 줄에 이렇게 적었다.

'언니는 잠시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그저 앞으로 우리가 걸을 길을 생각해봐요. 그때 내 옆에서 손잡고 웃어줄 수 있어요?'

글쓴이는 이 문장을 보고 "죽은 언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녀의 참모습을 애써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충분히 그녀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한데 여태 이를 부정했던 것이다. 그때야 내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그녀 자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6년이 흘러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글쓴이는 전 여자친구의 동생과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는 글쓴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자기의 전 여자친구가 우리 언니여서 다행이야. 다른 여자였으면 내가 얼마나 질투했을지 상상도 안 가"

"어느덧 자기가 우리 언니하고 만난 시간보다 나와 만난 시간이 훨씬 오래됐네. 나중에 하늘나라 가서 언니한테 부끄럽지 않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자"

글쓴이는 "이제 내 사랑 이야기는 슬픈 영화가 아니라 해피 로맨스 영화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먼저 하늘나라로 간 전 여자친구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남은 인생을 부인될 사람에게 헌신하면서"라며 글을 마쳤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