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스 우승을 기다리며"...구본무 회장이 남긴, 20년째 잠자는 손목시계

2018-05-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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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끝내 이 시계를 채워주지 못하고 지난 20일 오전 숨을 거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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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 사무실 금고에는 명품시계의 대명사인 롤렉스 시계가 20년째 잠자고 있다.

구본무 LG 그룹 회장이 1998년 트윈스의 세 번째 우승을 간절히 기원하며 해외 출장 도중 구매한 손목 시계다.

하지만 구 회장은 끝내 이 시계를 채워주지 못하고 지난 20일 오전 숨을 거뒀다.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인의 각별했던 야구 사랑이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구 회장은 1995년 LG 그룹 회장에 오르기에 앞서 1990년 창단한 LG 트윈스의 초대 구단주로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 속에 LG 트윈스는 창단 첫해 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에는 LG 트윈스 야구의 대명사가 된 '신바람 야구'로 야구판에 큰 돌풍을 일으켰다.

LG 트윈스는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후에는 가을야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자 구 회장이 LG의 부흥을 다시 꿈꾸며 꺼낸 당근이 바로 롤렉스 시계였다.

구 회장은 1998년 해외 출장 도중 야구단의 동기 부여를 위해 8천만원 상당의 이 시계를 살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컸다.

구 회장은 추후 팀 우승 시 그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롤렉스 시계를 선물로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안타깝게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1990년대 포스트시즌의 단골손님으로 입지를 굳혔던 LG 트윈스는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암흑기를 맞았다.

LG 트윈스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3년과 2014년, 2016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지만 끝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며 우승에 대한 갈증만 키웠다.

LG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6-2로 승리하며 한화전 6연패 사슬을 끊었다.

LG 선수단은 이날 왼쪽 어깨에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단 것은 물론 선수 전원이 검은색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는 이른바 '농군 패션'으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류중일 LG 감독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농군 패션을 하며 강한 의지와 마음가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LG 트윈스가 우승이라는 비밀번호로 20년째 잠겨진 그 금고를 열고 롤렉스 시계를 꺼내는 날은 언제가 될까.

구 회장의 별세와 함께 LG 트윈스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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