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하자” 홍대 몰카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가라앉지 않는 갈등

2018-05-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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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들끓기 시작한 여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홍대몰카 편파수사' 규탄 여성시위 / 연합뉴스
'홍대몰카 편파수사' 규탄 여성시위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이 여성 분노를 촉발한 '홍대 몰카 편파수사' 논란과 관련, "여성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 청장은 이날 청와대가 운영하는 SNS 방송 '11시50분입니다'에 출연했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성(性)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1만명 넘게 운집하는 등 경찰 수사를 향한 여성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청장의 시도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주요 포털사이트 등에는 이 청장의 답변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가 내놓은 대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비판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트위터 이용자 'polar****'는 "청원 답변 듣다가 열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찰청장이 진심으로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네이버 이용자 'haha****'는 관련 기사에 "아, 예. 지금도 카페에 앉아있는 여성 찍고, 마트 돌아다니는 여성 찍고, 지인 사진 올리고 난리 났던데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청장은 골목길과 공중화장실에 폐쇄회로(CC)TV와 보안등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지만, 이는 카메라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몸을 몰래 찍어 유포하는 범죄를 근절할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번 들끓기 시작한 여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질적인 몰카 범죄 근절 방안의 하나로 몰카를 제조·유통한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방관하는 시청자도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동의한다고 밝힌 사람은 5만명에 육박했다. 청와대는 청원 글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에는 이날 하루 올라온 글은 600건이 넘었다. 경찰의 편파수사를 비판하는 2차 집회를 벌여야 한다는 요청도 포함됐다. 이 카페는 지난 19일 1만 2천명이 모인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주도한 이들이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는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아주 짧게 자른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브래지어를 입지 않겠다"·"화장을 하지 않겠다"와 같은 '탈코르셋'을 다짐하는 글들이 줄짓는 등 분노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코르셋은 여성의 몸을 날씬하게 보일 수 있도록 상반신을 꽉 조여주는 보정물이다. 여성계에서는 긴 생머리, 날씬한 몸매 등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이미지를 벗어던지자는 의미로 '탈코르셋'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경찰청장의 사과는 원론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불법촬영 범죄의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여성들이 여전히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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