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이고 토막내고 때리고" 점점 심해지는 길고양이 혐오범죄

2018-05-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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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길고양이 혐오범죄가 이들을 돌보고 있는 캣맘에게로 번진다는 점이다.

심각한 화상 입은 채 발견된 고양이. / 인천길고양이보호연대=뉴스1
심각한 화상 입은 채 발견된 고양이. / 인천길고양이보호연대=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최근 길고양이 학대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엽기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동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인천길고양이보호연대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 감정동에서 불에 탄 길고양이가 발견됐다. 이 고양이는 고수경 인천길고양이보호연대 대표에 의해 구조돼 치료중이지만, 귀 안쪽에 화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부분은 괴사가 진행돼 구더기까지 나오는 중상을 입은 상황이다.

앞서 경기 성남시에서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차례 엽기적인 길고양이 학대사건이 발생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지난 9일 판교 한 아파트단지에서 토막 난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이 고양이는 가위같은 도구로 절단된듯 깔끔하게 절단돼있었고, 내장은 사라져 있었다.

같은 지역에서 3월 발견된 길고양이도 외상과 늑골골절에 의한 폐출혈, 호흡곤란으로 죽었고, 2주 뒤에는 안구가 함몰된 길고양이가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동물단체들은 이같이 죽거나 다친 길고양이들은 사람에 의해 학대당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 및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아직 범인은 찾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잔인한 동물학대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동물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동물학대를 한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됐고, 학대범위도 확대됐지만 오히려 사건이 엽기적으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 혐오범죄 소식은 수없이 들려온다.

문제는 길고양이 사건의 경우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사당국도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다보니 범죄자를 잡는데 오랜시간이 걸린다. 또한 동물보호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계자들이 많고, 길고양이는 주인도 없어 수사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길고양이 혐오범죄가 이들을 돌보고 있는 캣맘에게로 번진다는 점이다. 한 캣맘에 따르면 욕설을 듣는 건 다반사고, 종종 밥을 주지 말라며 신체위협을 받을 때도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동물보호법을 잘 아는 사람을 뽑아 검사 지휘하에 수사까지 할 수 있는 일명 '동물경찰' 제도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앞서 지난해말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동물의 학대방지 등 동물보호에 나서는 동물보호감시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이 문제를 동물보호감시원 수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동물단체들도 동물복지를 위해 당국과 시민들에게 관련캠페인 등을 진행하거나, 학대사건 등에 대해 법적대응을 돕거나 대신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동물학대, 특히 길고양이 같이 소외받는 동물에게 벌어지는 혐오범죄 해결을 위해서는 형량강화 등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관련예산이나 행사, 캠페인 등도 반려인 대상이 아닌 비반려인 대상으로 편성하고 개최해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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