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트럼프 만날까…'김정은 친서' 전달 주목

2018-05-2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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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29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동선(動線)과 행보에 전세계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단 김 부장이 방미하는 목적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데 있다.

특히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둘러싼 양측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정상의 뜻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실질적 2인자간의 '고위급 담판'은 현시점에서 매우 긴요하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2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뒤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항공편을 통해 뉴욕으로 떠나는 김 부장은 미국에 도착하는 대로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 채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공항 도착한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
베이징 공항 도착한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

눈여겨볼 대목은 회담의 장소다. 일단 김 부장이 수도인 워싱턴D.C.로 향하지 않고 뉴욕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뉴욕 회동'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워싱턴 D.C에 있는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으로 와서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또는 중립적인 특정호텔에서 회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엔본부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들이 특별한 면제를 받지 않는 한 미국에서 뉴욕 이외의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이 금지돼있어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장은 정찰총국장으로 있으면서 북한 핵 프로그램과 불법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의 독자제재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김 부장이 입국할 수 있도록 제재 조치를 '면제'해줬다고 WP는 보도했다.

그러나 김 부장 방문이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수도인 워싱턴D.C.에서 회동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집무공간과 접견시설을 갖춘 국무부 청사가 워싱턴 D.C.에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 정부의 고위인사가 미국의 수도를 방문하는 것은 2000년 북한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만이다.

정상회담 준비차 북한 고위급 18년만의 방미
정상회담 준비차 북한 고위급 18년만의 방미

이와 맞물려 외교가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김 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것인지이다. 2000년 10월10일 조 차수는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으로 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이번에도 김 부장이 비슷한 '면담 코스'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때는 고위급 협상대표 자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때는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특사로 모자를 바꿔쓸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비핵화 의지 표명과 함께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최측근인 김 부장을 통해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김 위원장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김 부장을 만나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회담의 성공을 위해 김 위원장에게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확약하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나서라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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