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인데 감기약만 처방받고 먹다가 숨진 21살 일병

2018-06-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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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일병을 살릴 기회가 3번이나 있었다”

이하 SBS
이하 SBS

군 복무 중 뇌출혈 증상을 보인 병사가 ‘감기약’만 처방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SBS 탐사보도팀에 따르면, 군대 체력 검정에서 특급 내지 1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했던 고 홍정기 일병은 입대 7개월여 만에 건강에 이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사망 11일 전, 홍 일병은 뇌 이상 때문으로 보이는 구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군의관은 두드러기약을 처방했다. 온몸에 멍이 생기고 두통도 점점 심해졌는데 의무대에서는 감기약을 줄 뿐이었다.

홍 일병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부대 밖 병원 진료를 호소했다 홍 일병은 인솔 상관과 함께 민간 개인 의원을 찾았다. 민간인 의사는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며 즉각 혈액 검사를 권했다.

하지만 인솔자는 다음날 군 병원이 예약돼 있다며 그냥 부대로 데려갔다. 그날 밤 홍 일병 증세는 더욱 심각해졌다. 자정쯤 사단 의무대로 후송됐지만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내졌다.

홍 일병은 밤새 구토와 헛구역질, 두통에 시달리면서 내무반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오전 9시가 돼서야 누군가의 부축을 받고 다른 외진 환자들과 함께 군 병원으로 가는 버스에 태워졌다고 한다.

군 병원은 그제서야 백혈병 가능성과 뇌내출혈 의증 진단을 내렸다. 민간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미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수술 이틀 뒤인 2016년 3월 홍 일병은 숨을 거뒀다.

유호성 서울대 법의학 교수는 홍 일병을 살릴 기회가 3번이나 있었다고 SBS 보도팀에 말했다. 유 교수는 "(당시 기록을 보면) ‘부딪힌 적도 없는데 멍이 생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의대 본과 3학년, 4학년 재학생이라면 딱 증상만 얘기해 줘도 ‘일단 (혈액 관련) 검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의사라면 이 정도의 꽤 오랫동안의 두통, 창백함, 여러 전신의 출혈, 그러면 굉장히 두려운 진단을 먼저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왜 (상급 병원에) 보내지 않았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홍 일병이 다시 의무대를 찾았을 때 몸에 크고 작은 멍과 혈종이 선명했다. 군의관은 혈소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응급상황은 아니라며 감기약만 처방했다.

당시 당직 군의관들은 오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간단한 혈액 검사 장비도 없고 무자격 의무병만 있는 의무대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당직 군의관 2명은 각각 감봉 1개월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부대 지휘관 징계는 없었다.

유 교수는 “(민간 병원이었다면) ‘갑자기 멍이 들어요’ 이러면 병원에서 식겁한다. 빨리 큰 병원에 가라. 갔으면 지금쯤 항암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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