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이 여기서 왜 나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16강 버자네스쿠

2018-06-02 13:32

add remove print link

500위 밖에서 시작한 그의 순위는 2018년에는 100위권 안쪽까지 진입했다.

버자네스쿠 [AFP=연합뉴스]
버자네스쿠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천919만7천 유로·약 516억원)에서 '박사님'이 여자단식 16강에 진출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여자단식 3회전에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엘리나 스비톨리나(4위·우크라이나)를 2-0(6-3 7-5)으로 물리친 미하엘라 버자네스쿠(30·루마니아)는 스포츠 과학 박사학위가 있는 선수다.

세계 랭킹 33위 버자네스쿠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두루 능통하고 스포츠과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학구파 선수'다.

그는 주니어 시절 세계 정상을 다툰 유망주였으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성인 무대에서는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AP통신은 그의 이력을 소개하며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인해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으며 세계 랭킹은 891위까지 내려갔던 선수"라고 전했다.

버자네스쿠는 스비톨리나를 꺾은 이후 인터뷰에서 "첫 번째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이 성공적으로 될 것인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시작했다"며 "3년 정도 선수 생활은 거의 하지 못하고 2016년 12월에 박사 과정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재개한 그는 1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랭킹 377위로 메이저 대회에는 출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메이저 대회에도 만 29세를 넘긴 지난해 US오픈에 처음 본선 진출했고, 지난해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에서 모두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하는 등 이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 본선 승리 기록조차 없었다.

버자네스쿠는 2017년부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아래 등급인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키트 대회에 주로 출전하며 랭킹 포인트를 쌓기 시작했다.

500위 밖에서 시작한 그의 순위는 2018년에는 100위권 안쪽까지 진입했다.

AP통신은 "최근 10년간 30세 이후에 처음 세계 100위 벽을 깬 사례는 버자네스쿠 외에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버자네스쿠 [AFP=연합뉴스]
버자네스쿠 [AFP=연합뉴스]

투어 대회 출전이 가능한 100위권 안쪽에 들어온 그는 올해에만 WTA 투어 대회 단식에서 두 차례 준우승하며 예전 주니어 시절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ITF 서키트 대회를 뛸 때도 후원사가 없었기 때문에 자비로 경비를 충당해야 했다"며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박사가 된 것은 행복한 일이다. 테니스가 아니더라도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잠시 공부에 전념했던 시기를 돌아봤다.

16강 진출로 버자네스쿠는 상금 22만 유로(약 2억7천만원)를 확보했다. 그는 지난해 US오픈 준우승자 매디슨 키스(13위·미국)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지난해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 연달아 버자네스쿠를 꺾었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위·덴마크)는 "주니어 때부터 좋은 선수였다"며 "부상 때문에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가 예전 기량을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동료 선수의 메이저 16강을 축하했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