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죄냐” 중국 톈안먼사태 29주년 가택연금된 류샤의 호소

2018-06-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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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 톈안먼 시위 29주년을 앞두고 중국 내 반체제 재야인사들의 가택연금, 발언금지, 강제여행 등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의 류샤 석방 촉구 시위[EPA=연합뉴스]
홍콩의 류샤 석방 촉구 시위[EPA=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29주년을 앞두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통제에 들어간 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미망인 류샤(劉霞)가 "사랑도 죄냐"며 억울함을 호소한 녹음이 공개됐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에 따르면 재독 작가인 랴오이우(廖亦武)는 가택연금 상태의 친구 류샤와 지난달 25일 가진 전화통화 녹음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류샤는 전화에서 "샤오보를 사랑한 것이 중죄냐, 그것으로 무기징역을 당해야 하느냐"고 울면서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들(중국 당국)이 내게 샤오보 형기를 마저 채우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류샤의 출국을 허용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류샤는 지난달 말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방중 당시 베이징을 떠나 있으라는 당국의 요구를 거부했으나 경찰이 이를 강요하지는 않았고 머지않은 시기에 출국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주중 독일대사관은 지난 4월 류샤가 독일로 출국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후 아무런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랴오이우는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이 류샤의 출국을 허용하려면 7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6월은 톈안먼 사태 기념일이 끼어있어 중국 당국이 정치 사회적으로 비상경계 태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오는 4일 톈안먼 시위 29주년을 앞두고 중국 내 반체제 재야인사들의 가택연금, 발언금지, 강제여행 등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톈안먼사태 무력진압을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정치비서인 바오퉁(鮑동)이 이미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언론매체의 취재도 봉쇄됐다고 전했다.

바오퉁은 최근 국가보안 요원들로부터 기자와의 인터뷰를 금지당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제여행을 시키겠다는 관계 당국의 통지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바오퉁은 매월 말 이뤄지던 톈안먼 사태 관련 인사들의 정기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민주화 요구를 해온 학자 가오위(高瑜), 차젠궈(査建國), 허더푸(何德普), 톈안먼 사태 당시 부상자 지즈융(齊志勇) 등도 강제여행을 당하거나 자택에서 연금돼 있다.

구금 중인 중국 인권변호사 위원성(余文生)의 부인 쉬옌(許艶)는 지난달 말 중국을 찾은 메르켈 총리와 접견한 뒤로 지난달 31일 현지 경찰에 연행돼 구금 상태라고 대만 중앙통신이 전했다.

유명 인권운동가 후자(胡佳)도 지난달 23일 메르켈 총리의 방중 이후 연금된 상태다. 매년 톈안먼 사태 기념일 전날이면 후자는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여행을 떠나야 했다.

톈안먼 사태 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톈안먼 어머니회는 당국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톈안먼 사태의 재평가를 요구했다. 유족 128명은 이 서한에서 "지난 29년간 당국의 누구도 안부를 묻거나 사과의 뜻을 전하지도 않았다"며 "세상을 놀라게 한 대학살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됐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이어 "톈안먼 유혈진압 사태는 국가가 인민에 대해 저지른 범죄 행위로, 반드시 톈안먼 참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 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진상, 배상, 문책 등 3대 요구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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