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다” VS “덜 해롭다” 의견 갈리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2018-06-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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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타르는 일반 담배와 다름없는 양이었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보건당국이 7일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이미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유해성 논란이 뜨겁게 이어질 전망이다.

보건당국과 독성전문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더 많은 유해물질을 포함하는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제조사는 일반담배보다 발암물질이 적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라고 맞섰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부터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앰버), BAT코리아의 '글로'(브라이트 토바코), KT&G[033780]의 '릴'(체인지)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11종을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또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담배에서만 특이하게 검출되는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도 5개나 나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발암물질의 경우, 함유량이 일반담배의 0.3∼28.0% 수준으로 나왔다.

◇ "새로운 제품, 아직은 잘 몰라" vs "일반담배 계속 피우란 소린가"

식약처는 이날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기간, 흡연량뿐만 아니라 흡입횟수, 흡입깊이 등 흡연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해성분 함유량만으로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간의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을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담뱃잎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찌는 방식으로 발생한 증기에는 유해물질이 적게 들어 있고 건강에도 덜 해롭다"고 광고해 온 제조사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브리핑에 참여해 "담배에는 최소 70종의 발암물질과 7천종 정도의 유해화합물질이 있다"며 "겨우 11종을 분석했을 뿐인데 이 중 몇 개의 검출량이 적었다고 덜 유해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담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기가 아닌 증기를 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어떤 물질을 새로 생성하고 있는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업계 선두주자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 발표 직후 입장자료를 내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타르 일반담배보다 많아'
"궐련형 전자담배 타르 일반담배보다 많아"

회사는 "담배 및 니코틴 제품은 위험도에 있어 차이가 존재하고 이 중 가장 해로운 제품은 태우는 일반담배"라며 "정부와 보건당국은 일반담배와 태우지 않는 제품 간의 차이를 사실적으로 전달해 흡연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해물질의 감소는 질병의 위험 감소의 선결적인 조건인데 이를 부각하지 않으면 역으로 일반담배의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 "세계적으로 공인된 시험법" vs "타르는 태우는 담배에서 나와"

양측은 분석 방법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 없어 일반담배의 국제공인분석법인 ISO와 HC(헬스캐나다)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ISO는 담배필터의 핀홀(미세한 구멍)을 그대로 둔 채 연기를 포집해 분석하고, HC는 실제 흡연자의 흡연습관을 고려해 핀홀을 막고 분석한다. HC가 ISO보다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가는 것을 가정하는 방식이다.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

이번 평가를 감독한 시험분석평가위원회의 위원장인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한결같이 ISO와 HC를 적용하고 WHO도 권고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실험법을 적용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2개 제품에서는 타르가 일반담배보다 많이 검출됐다. 담배 배출물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복합체인 타르가 더 많이 나왔다는 것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하지만 필립모리스는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타르는 특정한 유해물질이 아니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배출 총량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도 지난 5월 "일반담배의 타르 수치와 형식적으로 계산된 아이코스의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9.4%…보건당국 규제도 강화 추세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유해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WHO는 지난해 10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의 유해물질의 감소가 인체 위해도를 감소시킨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기구인 담배제품 과학자문위원회에서도 지난해 1월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아이코스가 판매되지 않고 있다.

국내외에서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5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출시 첫 달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만 갑이었으나 1년이 지난 올해 4월에는 2천810만 갑을 기록했다. 4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9.4%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담배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먼저 올해 12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암 덩어리 사진을 넣은 경고그림을 부착할 방침이다.

또 현재 국회에 계류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 제조·수입업자로부터 담배의 원료 및 유해성분 등에 관한 정보를 받아, 이를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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