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발은 안 됩니다”… 밝게 이 악문 당찬 이승우

2018-06-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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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도 '버릇없다' '되바라졌다' 해서 궁금했는데, 막상 옆에서 지켜보니 완전 다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황희찬-이승우가 9일 오전(현지시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즐거워하고 있다. 2018.6.9 / 이하 뉴스1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황희찬-이승우가 9일 오전(현지시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즐거워하고 있다. 2018.6.9 / 이하 뉴스1

(레오강(오스트리아)=뉴스1) 임성일 기자 = 이제 스물을 갓 넘은 이승우가 처음 신태용호에 승선할 때만해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의문부호가 따랐다. 이전에 A대표팀에 들락날락했던 것도 아닌 완전 초짜이자 막내가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있는 긴장된 대표팀에 과연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우려가 따랐다.

하지만 기우였다. 초짜라는 것은 약점이었지만 그는 '막내'라는 아주 큰 장점도 갖추고 있었다.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유쾌하고 스스럼없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이승우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예의도 바르고 눈치도 빨랐다. 소위 '너무 되바라진 것 아니냐"는 색안경과 실제 이승우는 거리가 있었다.

현역 시절 누구보다 통토 튀었던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승우는 나와 많이 닮은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현역시절 필드 안팎의 '끼'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이천수 위원은 "소위 끼라는 재능은 배울 수도 없고 가르쳐 줄 수도 없다"고 말한 뒤 "이승우가 지닌 끼는 분출시켜줘야 한다. 그 끼가 '필드 안에서만' 나올 수 있다면 마음껏 발산하게 판을 깔아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팀 선배들이 판을 잘 깔아준 덕분인지,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이승우는 필드 안팎에서 끼를 잘 조절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선수단에서 한국대표팀의 단장을 맡은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하도 '버릇없다' '되바라졌다' 해서 궁금했는데, 막상 옆에서 지켜보니 완전 다르다. 싹싹하고 워낙 살갑다. 외국에서 지내다보니 더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것 같다"면서 생활적인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처음에는 '관찰자' 모드였던 형들도 조금씩 막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던 황희찬하고만 붙어 다니고 황희찬 앞에서만 장난치던 이승우였으나 이제 그의 옆에 다양한 얼굴들이 오가고 있다. 기성용이나 구자철, 손흥민 등 대표팀 간판 형님들 옆에서 같이 뛰고 김민우와 고요한 등 K리거 형님들과 농담을 주고받는다.

막내답게 귀여움을 받고 있으나 필드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적어도 실력부터 승부욕까지, 축구와 관련된 것은 후배와 막내와는 거리감이 있다. 다소 작은 체구 때문에 여린 인상이 있으나 투지 또한 만만치 않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기회를 놓친 뒤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볼리비아전은 신태용호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벌이는 공개 A매치다. 2018.6.7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기회를 놓친 뒤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볼리비아전은 신태용호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벌이는 공개 A매치다. 2018.6.7

지난 7일 인스브루크에서 펼쳐진 볼리비아전 후 이승우의 '다이빙'이 큰 화제가 됐다. 상대의 공을 빼앗기 위해 몸을 던졌는데, 다리가 먼저가 아닌 머리부터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몸을 사리지 않던 수비였다. 관련해 그는 "이겨야할 경기를 비기고 있으니 나온 행동이다. 나라를 대표하고 있다는 책임감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소개했다.

레오강 훈련장 벤치에 앉아 있는 이승우와 소소한 대화를 나눈 적 있다. "형님들이 많이 도와줘서 잘 적응하고 있다" "볼리비아전은 꼭 이겼어야했다" "내가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형들을 돕고 싶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던 이승우는 "스웨덴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제는 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웨덴을 이기면, 정말 그 뒤에 벌어질 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야무진 각오를 피력했다. 그 뜨거움에 기름을 부어주고자 이천수 위원이 첫 골 주인공으로 이승우를 꼽았던 것을 이야기하자 "아니다. 설레발은 안 된다"는 말로 이를 악물었다.

훈련장에서의 모습 그리고 볼리비아와의 평가전 등을 보았을 때 이승우는 그냥 쫓아온 막내 수준을 이미 넘어선 모양새다. 러시아 월드컵 성패를 좌우할 스웨덴전에 나설 가능성도 적잖다. 아주 흥미롭고 기대되는 카드가 한 장 더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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