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 집에서 발견된 백골상태 개 사체 4구 (현장 영상)

2018-06-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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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째 집을 비운 세입자의 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는 건물주의 신고가 소방서와 경찰서로 접수됐다.

화장실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서너 구의 개 사체 / 이하 뉴스1
화장실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서너 구의 개 사체 / 이하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시체 썩는 냄새가 나요."

서울시 강동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 집에서 백골 상태의 개 사체 4구와 삐쩍 마른 보더콜리 1마리가 발견됐다. 세입자는 지난해도 개 5마리를 굶겨죽이거나 방치한 혐의로 조사받은 A씨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동물학대 관련 수사기관의 태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11일 강동구청에 따르면 "보름째 집을 비운 세입자의 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는 건물주의 신고가 소방서와 경찰서로 접수됐다. 집 안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더미와 4개월 된 보더콜리가 있었다. 박상후 동물복지팀 동물구조대장은 현장으로 출동해 보더콜리의 건강상태 확인한 뒤 긴급격리 조치를 통해 병원으로 인계했다.

하지만 백골상태의 개 사체를 발견했다는 건물주의 신고가 추가로 접수돼 뉴스1은 강동구청과 동물자유연대, 수의사와 함께 경찰과 건물주의 동의하에 집안으로 들어갔다.

A씨의 집은 건물의 가장 높은 층이었지만 1층에서부터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건물주는 "악취 때문에 다른 세입자들도 이사 갔다"며 "주인이 없으니 어쩌지도 못하고 괴롭다"며 하소연했다. 건물주에 따르면 A씨는 약 8개월 전부터 살기 시작해 월세도 밀려 '이사 가겠다'는 각서까지 쓴 상태라고 했다.

집 문을 열자 허리 정도까지 쌓인 쓰레기가 가득했다. 개 사체들은 모두 화장실에서 발견됐는데 배설물과 뒤섞여 얼핏보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수의사는 "정확한 마리수는 뼛 조각을 맞춰봐야 겠지만 서너 마리로 추정된다"며 "전부 아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쓰레기더미로 가득한 집 내부(사진 박상후 동물복지팀 동물구조대장 제공)
쓰레기더미로 가득한 집 내부(사진 박상후 동물복지팀 동물구조대장 제공)

주민들은 A씨 집에서 개들을 학대하는 듯한 소리와 냄새로 몇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문이 잠겨있어 경찰들도 그냥 돌아갈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악기를 지키기 위해 개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 6월에도 동물학대로 신고돼 강동구에서만 세번째다. 이번 사건이 A씨의 소행임을 밝혀낸 것도 그동안 지켜봤던 박동물구조대장의 의지 덕분이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계속 개를 데려오는 A씨의 소유권을 제한하고 싶어도 현행법상 불가능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성내동 아사 사건(관련기사 집에 개 방치해 굶어죽인 남성 입건) 경찰 고발 후 담당형사에게 계속해서 수사진행을 촉구했지만 A씨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며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이번 사건도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동물학대자의 소유권을 박탈하거나 또다시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살아남은 보더콜리도 A씨가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방치돼 있던 보더콜리(사진 박상후 동물복지팀 동물구조대장 제공)
방치돼 있던 보더콜리(사진 박상후 동물복지팀 동물구조대장 제공)

A씨는 12월에 방치됐던 개 4마리가 병원으로 인계된 후 구청에 나타나 돌려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물자유연대와 구청은 모습을 나타낸 A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절차대로 진행한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경찰은 잠적한 A씨를 6개월동안 찾지못하다가 최근에서야 그가 구치소에 있다는 것을 알고 진술을 받았다.

채수지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소속 변호사는 "애니멀호딩은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해외에선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박탈 및 제한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료까지 받게 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동물학대 사건의 경우 현장보존도 안될 뿐만 아니라 부검도 24시간 이내에만 가능해 법과 시스템 모두 보완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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