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리고 안전 택했다”... 중국 비행기 빌려 탄 김정은 (북미 정상회담)

2018-06-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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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행기를 빌려 탄 일은 '자력갱생' 등을 외쳐온 북한 입장에서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0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0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존심을 버리고 안전을 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에어 차이나'가 제공한 보잉 747 여객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세계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자리임에도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는 상대적으로 노후 기종이다.

옛 소련 시절인 1970년대 개발된 일류신(IL)-62M을 개조했다. 비행거리는 약 1만㎞다. 제원상으로는 평양에서 4700㎞가량 떨어진 싱가포르까지 비행할 수 있다. 그러나 1995년에 단종됐을 정도로 노후해 장거리 비행을 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연합뉴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연합뉴스)

북한 당국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탄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11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이 개최되는 싱가포르를 방문하시기 위해 10일 오전 중국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하시었다"고 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비행기 사진에는 '에어 차이나'라는 글씨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그대로 노출됐다.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탄 일은 '자력갱생' 등을 외쳐온 북한 입장에서 보면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체면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김정은 위원장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1일 연합뉴스에 "김정은 위원장은 합리적인 리더 스타일로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참모들 조언을 들은 것"이라며 "여기에 회담을 앞두고 우방인 중국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