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속는 사람들 있다” 이과 뒷목 잡게 하는 유사과학 12선

2019-01-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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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은 검증할 수 없거나 과장된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유사과학, 또는 사이비과학은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마치 있는 것마냥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주장을 말한다. 과학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론적 근거와 함께 변인 통제를 바탕으로 정확한 실험과 관찰, 재현이 가능해야 한다. 유사과학은 검증할 수 없거나 과장된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유사과학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유는 과학적 지식과 정보 부족도 있지만 전문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있다. 창조설이나 우생학 등 종교적·사회적 신념이 큰 경우에도 합리적인 의심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유사과학으로 알려진 사례들을 모아 정리해봤다. 누구나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법한 사례들이다. 근거 없이 믿었던 주장이 있다면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살펴보자.

1.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인터넷 교보문고

2000년대 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에모토 마사루의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는 긍정적인 언어 혹은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물 결정이 달라진다는 이론을 주장한다.

한 마디로 '좋은 말과 음악'이 있으면 물 결정이 육각형으로 아름답게 나오고 '나쁜 말'이나 헤비메탈 같은 시끄러운 음악을 들려주면 결정이 파괴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이론은 '사이비과학'에 속한다. 고려대 물리학과 정재승 교수는 "물질마다 고유의 진동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이에 쓴 글씨가 단어 의미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를 낸다는 주장은 실소를 자아낸다"라고 말했다.

좋은 말을 해주면 화분이 더 잘 자란다는 속설도 이와 유사하다. 사실 동물도 인간 말을 알아듣기 힘든데 귀가 없는 식물이 말 내용을 알아듣고 성장에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나쁜 말을 해준 양파가 좋은 말을 해준 양파보다 훨씬 더 잘 자랐다는 후기 글이 유행하기도 했다.

[인티영상] 다시보는 양파 실험 좋은말 나쁜말 성장실험 ㅋㅋㅋㅋㅋㅋㅋ

2. MSG, 카제인나트륨, 글루텐 위험성?

몸에 좋지 않은 식품첨가물로 흔히 MSG와 카제인나트륨, 글루텐 등이 지목된다. 많은 식품회사들은 'MSG를 쓰지 않았다', '카제인나트륨을 뺐다', '글루텐 프리' 등이라는 문구로 홍보하며 이들이 마치 유해한 성분이라 제품에서 뺐다는 인상을 준다.

과학자들은 이런 식품첨가물 유해성 주장이 실제로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MSG로 많이 불리는 조미료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들어지고 실제로 주요 성분이 우유나 치즈, 옥수수, 완두콩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미국 FDA와 우리나라 식약청 모두 MSG에 대해 '무해하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하 MBN '황금알'
이하 MBN '황금알'

믹스커피 속 카제인나트륨도 정제된 우유단백질에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나트륨을 첨가한 합성품일 뿐이다. 국제식량농업기구 등에서 1일 허용섭취량을 설정하지 않을 만큼 안전성이 확인됐다.

글루텐은 밀가루 특유의 쫄깃하고 찰진 식감을 만들어주는 성분이다. 빵과 면 등 밀가루 음식에 들어가 있다. 흔히 소화장애와 비만, 피부 트러블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졌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루텐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가 원인이 된 경우라는 분석이 나온다.

3.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을 수 있다?

유튜브, JTBC News

이른바 '선풍기 괴담'은 우리나라에만 알려진 것으로 유명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켜고 잘 경우 저산소증이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미신이다.

하지만 선풍기는 그저 바람을 만드는 장치일 뿐 공기 중 산소 농도를 낮추지 않는다. 저체온증도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사망하려면 적어도 체온이 8도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는 그만큼 떨어지기 힘들다.

다만 선풍기를 틀고 자면 감기와 호흡기 질병에 걸릴 수 있고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80~90년대 한국 언론에서 '선풍기 사망설'을 자주 보도했던 이유를 전기료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4. 미세먼지에는 삼겹살을 먹으면 좋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삼겹살이 몸 속 분필가루나 석탄가루를 제거해준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 삼겹살 지방이 분진흡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어디에도 없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와 관련이 있고, 삼겹살 등 음식물은 소화기관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섞일 가능성도 없다.

다만 의사들은 물이 오히려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기관지 섬모나 폐포를 마르지 않게 해서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삼겹살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더 좋다. 삼겹살은 그냥 먹고 싶을 때 먹자.

5. 음이온 (feat. 라돈 침대)

음이온 공기청정기과 음이온 에어컨, 음이온 벽지와 음이온 마루, 음이온 마루까지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광고 문구는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음이온이 뭘까? 대부분 원자와 분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상태를 띠고 있지만 가끔 음전하를 가진 전자 수가 너무 많아서 전기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의 분자나 원자를 '음이온'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음이온 발생기는 건강에 아무 효과가 없다. 공기에 노출되자마자 즉각 다른 분자와 반응해 중성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굳이 비싼 돈 주고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사기보다는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건강검진을 받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SBS 뉴스

음이온이 나온다며 광고했던 대진 침대도 방사능 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돼 사회적 이슈가 된 적도 있다.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음이온 파우더에서 실내 기준치 18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된 것이다. 김진두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은 이 사태를 "유사과학과 방심이 부른 참사"라고 규정했다.

6. 전자파 차단 스티커 (+선인장)

유튜브, 연합뉴스TV

휴대전화에 붙이면 전자파를 차단해준다는 '전자파 차단 스티커'가 한 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 실험 결과 전자파 차단 스티커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제품은 스티커를 붙였을 때 전자파가 더 많이 발생했다.

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전자파 발생을 막으려면 아예 전파를 차단해야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전자파 차단제품을 사용할 경우 휴대전화가 기지국과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출력을 높여 더 많은 전자파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선인장도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TV나 컴퓨터 등 전자기기 옆에 선인장을 두는 유행도 생겼지만 이 역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에 전자파는 직진하기 때문에 옆에 선인장을 둬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조해진 "휴대전화 전자파 차단스티커 효과없어"

7. 전자레인지는 암을 유발한다?

유튜브, YTN SCIENCE

전자레인지 작동원리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물 속 물분자를 진동시켜서 열을 내는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넣거나 음식을 심하게 태우지 않는 이상 발암물질이 새로 발생할 이유가 없다.

전자레인지에서 새어나오는 전자파가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가 상용화된지 반 세기가 넘었는데도 아직 마이크로파 때문에 인체에 해를 입었다는 경우는 학계나 업계에 보고된 적이 없다. 일부 누설되는 전파 세기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미하다.

다만 전자레인지 작동 중에 호기심에 가까이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30cm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또 음식물 양이 너무 적거나 지나치게 오래 가열할 경우 내부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많아질 수 있다.

8. 예방접종이 오히려 몸에 안 좋다? (feat. 안아키)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백신으로 인해 아이가 돌연사하거나 자폐증에 걸리고, 수은에 중독될 수 있다는 등의 괴담을 인터넷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는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가 대표적이다.

백신 반대론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도 나왔던 문제다. 하지만 이런 과학의 탈을 쓴 유사과학 이론들은 대부분 실험 자료를 조작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그 즉시 반박당했고 학계에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문제로 취급받았다.

신생아 필수 예방접종 종류에는 결핵 예방하는 BCG, 수두, B형 간염, 뇌수막염 예방접종, 소아마비 예방접종, 백일해 등 예방하는 DPT 등이 있다. 예방접종은 집단면역을 유도해 전염병을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백신을 접종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효과가 더 좋다. 이는 수십 세기에 걸친 역사적 사례로 이미 증명됐다.

일부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백신 효과와 비교하면 아주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음모론자들은 백신에 보존제로 들어있는 수은과 페놀, 알루미늄, 포르말린 등이 인체에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이들 성분은 중독을 일으키지 않고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되는 성분이다. 심지어 최근에 개발된 백신은 수은조차 포함하지 않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정보에 의해 예방접종을 기피한 피해는 결국 의료소비자에게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9. 숙변의 존재?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변비를 앓는 현대인이 많다. 일부 건강보조식품 업체들은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장 속에 엉겨있는 찌꺼기를 '숙변'이라고 칭하며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소화불량과 혈액순환 장애 등 갖가지 질병을 앓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숙변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 표면에서 끈끈한 물질(점액질)이 계속 나와 표면에 묻은 찌꺼기를 걷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장이 지렁이처럼 계속 꿈틀꿈틀 움직이기 때문에 대변 찌꺼기가 쌓일 수가 없다. 인체를 해부해 장을 갈라봐도 숙변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변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것은 원래 대변에 내장 상피세포와 대장균 시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10. 무한동력기관, 가능할까?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보조배터리끼리 연결하면 무한동력인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불가능하다. 전력이 옮겨가면서 일부는 불가피하게 새어가나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나면 보조배터리는 모두 방전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에너지 공급 없이 동력을 무한으로 쓸 수 있는 기관, 즉 영구기관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에너지 보존 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과, 고립된 계에서 모든 에너지는 열에너지로 환원된다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학계를 뒤집을 만큼 새로운 물리학 법칙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나 수많은 특허들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마찰이 적어서 상당히 오랜 시간 작동하는 기관은 존재할 수 있지만 무한 동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간혹 계산 실수로 자신이 진짜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투자금을 노린 사기꾼들도 많다.

11.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산성비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산성화 물질이 녹아들어 산성을 띤 빗물이다. 토양이나 하천에 흘러들 경우 토질을 나쁘게 만들고 미생물 활동성을 낮춰 유기물질 분해를 방해한다. 장기적으로는 금속과 석회질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산성비에 노출됐다고 탈모가 일어나거나 두피가 나빠지는 것은 낭설이다. 우리나라 빗물 평균 pH 지수는 4.5~5.6 사이로 오히려 일반 샴푸(pH 3)보다 지수가 낮다. 대기 중 오염물질이 모발에 영향력을 미치는 수준도 매우 미미하다.

12.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

사과를 밤에 먹으면 좋지 않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빈속에 먹으면 속이 쓰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사과 유기산은 pH 3~4 정도고 위산은 pH 2로 강산성이기 때문에 위산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빈속에 사과를 먹었다고 속이 쓰릴 일이 없다.

오히려 밤에 사과를 먹으면 사과에 들어있는 비타민C와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비타민C와 비타민6, 칼륨은 혈압을 낮추고 호흡을 편하게 해준다.

사과는 풍부한 당분과 식이섬유가 있어 에너지원으로도 쓰이면서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아침에 먹어도 저녁에 먹어도 사과는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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