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는 웰던으로 주문하지 마” 앤서니 부르댕이 남긴 어록 8선

2018-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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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껍질 벗기기가 귀찮다고? 당신은 마늘을 먹을 자격이 없다”

이하 앤서니 부르댕 페이스북
이하 앤서니 부르댕 페이스북

지난 8일 앤서니 부르댕(Anthony Bourdain·61)이 프랑스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요리사이자 작가, 방송인이었던 앤서니 부르댕은 CNN 음식기행 방송 '파츠 언노운(Parts Unknown)' 진행자로 활동하며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았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접시닦이로 일하던 17살 부르댕은 셰프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미국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1978년 졸업한 그는 뉴욕에서 요리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실력 있는 셰프로만 불렸던 부르댕은 술김에 저지른 행동 때문에 삶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어느 날 부르댕은 술에 취해 한 잡지사에 자기가 쓴 글을 기고했다. 자기가 겪은 주방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오랜 기간 식당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글은 1999년 4월 19일 더 뉴요커에 "이걸 읽기 전엔 먹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그는 왜 월요일에 생선 요리를 주문하면 안 되는지,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주문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고 있었다.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재치있는 필담으로 풀어놔 주목받았다.

더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 살을 더 붙여서 낸 자서전 '주방의 비밀(Kitchen Confidential)'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덕분에 부르댕은 요리사에서 유명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발돋움했다.

2002년에 미국 방송 푸드 네트워크에 음식기행 방송 진행자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2005년에는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앤서니 부르댕은 재능있는 이야기꾼으로서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다. 거칠고, 직설적이어서 때로는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화려한 입담에 끌리는 팬이 더 많았다.

앤서니 부르댕을 기리며 그가 생전에 남긴 인상적인 말과 조언을 소개한다.

1. "식당 주방은 사회부적응자의 마지막 보루다"

이하 Shutterstock
이하 Shutterstock

더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서 앤서니 부르댕은 "미국에서 식당 주방은 사회부적응자의 마지막 보루다. 안 좋은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 새 식구를 찾으러 오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식당이 "에콰도르인, 멕시코인, 중국인, 세네갈인, 이집트인, 폴란드인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안식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글은 앤서니 부르댕을 스타덤에 올린 글이었지만, 주방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 "마늘 껍질 벗기기가 귀찮다고? 당신은 마늘을 먹을 자격이 없다"

앤서니 부르댕은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않게 마늘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가 '주방의 비밀'에서 마늘에 관해 쓴 구절이다.

"마늘은 신성하다. 마늘만큼 다양하고 뚜렷한 맛을 내는 재료는 드물다. 마늘을 잘못 사용하는 건 범죄다. 오래된 마늘, 태운 마늘, 마늘 다지개로 한참 전에 미리 다져놓은 마늘은 모두 역겹다. 부디 존중을 담아 마늘을 다루길… 밀폐 용기 안에서 기름이 뜬 채로 썩어가는 꼴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라. 마늘 껍질 벗기기가 귀찮다고? 당신은 마늘을 먹을 자격이 없다"

3.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주문하면 쓰레기를 돈 내고 먹는 셈이다"

앤서니 부르댕은 당시 뉴욕 요리사들 사이에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익혀 먹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풍조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식당 주방에서 질 나쁜 고기들을 버리지 않고 '웰던용'으로 남겨 놓는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주문하는 사람은 고기 맛을 잘 모를 테니, 질 안 좋은 고기를 내줘도 모를 거란 생각에서다.

4. "월요일에 생선 요리를 주문하지 마라"

앤소니 부르댕은 "월요일엔 뉴욕 식당에서 생선 요리를 주문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월요일에 나오는 생선 요리는 주말 장사를 위해 금요일 오전에 들여와서 팔고 남은 생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중에 이 조언이 해산물이 주력이 아닌 식당에만 적용된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5. "셰프들은 평일에 오는 손님들을 좋아한다"

뉴욕 관광을 가서 식사할 예정이라면 주말보단 평일, 그중에서 특히 화요일 저녁 식사를 고려해보자. 앤서니 부르댕에 따르면 화요일에는 재료 질도 좋고, 생선도 신선하다. 특히 셰프들이 보통 월요일에 쉬기 때문에 컨디션 좋을 거라고 조언했다.

6.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중 아침 차려주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앤서니 부르댕은 아침 식사를 만들어 주는 게 사람이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선의라고 생각했다. 브런치를 사 먹는 사람들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브런치가 아침 식사를 더 비싸게 팔기 위한 속임수라고 생각했다.

7. "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 내 의견을 재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앤서니 부르댕과 연인 아시아 아르젠토/ 앤서니 부르댕 인스타그램
앤서니 부르댕과 연인 아시아 아르젠토/ 앤서니 부르댕 인스타그램

앤서니 부르댕은 자기 발언을 정정하거나, 행적을 반성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초창기 활동에서 나타난 자신의 마초, 악동 이미지가 식당 주방의 성차별적 문화를 부추겼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로 촉발된 미투운동이 레스토랑 업계에도 이어지자 앤서니 부르댕은 자신이 "여성들의 동지가 되어주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앤서니 부르댕은 하비 와인스타인 성폭행을 폭로한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Asia Argento·42)와 연인 관계이기도 했다.

8. "당신의 몸은 신전이 아니라 놀이공원이다. 즐겨라"

앤서니 부르댕이 생전에 일했던 레스토랑 / Shutterstock
앤서니 부르댕이 생전에 일했던 레스토랑 / Shutterstock

故 앤서니 부르댕, 1956.06.25 ~ 2018.06.08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