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국 직전까지 소금공장 출근한 아이슬란드 국가대표 선수

2018-06-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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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축구선수는 최고의 직업이겠지만, 현실적인 직업은 아니다"

소금 포장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사이바르손 / 연합뉴스
소금 포장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사이바르손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아이슬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비수 비르키르 사이바르손(34)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출전을 위해 러시아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공장에 출근했다.

사이바르손은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인근의 산업지구에 있는 한 소금 포장 공장의 직원이다.

지금은 러시아에 있다.

사이바르손은 한국시간으로 16일 오후 10시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 나선다.

아이슬란드의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데뷔전이다.

사이바르손은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메시를 막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메시가 어려운 상대여도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이바르손은 AP 통신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 사람에게는 이렇게 일하는 게 보통의 삶이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보다 더 정상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로 떠나기 전, 공장에서 소금 병을 라벨 스티커 부착 기계에 넣으며 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전문 축구선수는 최고의 직업이겠지만, 현실적인 직업은 아니다"라며 "나는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기에, 지루하고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월드컵 전에 게을러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 수비수 사이바르손[AFP=연합뉴스]
아이슬란드 대표팀 수비수 사이바르손[AFP=연합뉴스]

아이슬란드 인구는 약 35만 명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 중 가장 적다.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는 풀타임 축구선수는 100명 정도다.

북극의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씨와 척박한 용암지대에 둘러싸여 있어 축구 경기를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슬란드는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 3회 우승 경력이 있는 네덜란드도 탈락한 2018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 섰다.

아이슬란드는 지열 난방이 되는 실내 축구장과 풍부한 지도자 자원으로 기후 환경을 극복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학생들이 방과 후 실내 축구장에서 훈련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35명당 1명의 자격 있는 지도자를 배정한다.

아이슬란드는 적은 인구를 장점으로 승화했다.

선수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구성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현 대표팀의 3분의 2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대표로 뛴 선수들이다. 당시 강호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진출한 파란의 주역들이다.

대표팀 23명의 선수 중 8명은 유소년 대표로 동고동락하던 선수들이다.

바이킹의 후예 아이슬란드 대표팀[AFP=연합뉴스]
바이킹의 후예 아이슬란드 대표팀[AFP=연합뉴스]

사이바르손은 "신의가 두텁다. 서로를 위해 뛰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팀이 모이면 축구팀 회의가 아니라 친구들 모임 같다. 이보다 좋은 축구팀을 만날 수는 없다"고 자랑했다.

그는 선수들이 '완벽한 신뢰'로 똘똘 뭉쳤다며 "잘 모르는 사람과 하는 것보다 더 쉽게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라가 워낙 작아서 '숨을 곳이 없다'는 것도 동기부여가 된다.

사이바르손은 "내가 아는 사람들을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아이슬란드를 위해 뛰는 것은 나의 친구, 가족,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위해 뛰는 것이다. 경기가 끝나면 그들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바이킹의 후예답게 '아이슬란드의 광기'를 분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바르손은 "나가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 팀을 위해 나를 희생하라. 미친 사람처럼 210%를 발휘하라"라는 게 바이킹의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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