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훈풍'...재계 대북 진출 채비 '잰걸음'

2018-06-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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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화·롯데 등 TF 구성...대북 구상 분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북 진출에 대한 재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미 대북 독점 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는 물론, 한화, 롯데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대북 진출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북한 발 훈풍을 가장 반기는 곳은 현대그룹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 등 그간 남북경협 사업을 주도해 온 터라 남북 경협 재개 가능성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현대는 재계 중 가장 먼저인 지난 달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사업 TF을 구성, 매주 한번씩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8·15 전후로 예상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이벤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고민도 깊다. 지난 2000년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했지만, 그 사이 경영난으로 계열사 매각 등이 이뤄지면서 현재 북한의 SOC 사업을 주도할 계열사는 없는 상황이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사실상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 전반을 이끌어 온 현대건설의 경우 현대차그룹으로 매각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현대는 국내외 대기업과 공기업은 물론 해외 자본까지 참여하는 다국적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역량을 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의 대북 진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SOC 관련 사업체를 모두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유엔 제재 해제 등으로 남북 경협이 가능해지면 대북 사업의 주축이었던 현대건설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화그룹도 대북사업 TF를 구성, 주력 사업인 산업용 화약을 앞세운 북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북한 경수로 공사, 철도 공사, 개성공단 개발사업 등 다양한 대북 경협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한화 역시 북한의 SOC 및 자원개발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는 대북 사업이 재개 되면 북한 화약 시장은 과거 산업 인프라 구축 시기와 비슷한 연간 12~1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현재 수요량과 비슷한 화약 7만6000톤, 뇌관 2700만발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대북 사업이 재개되는 대로 제품 운송이 용이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충북 보은 사업장에서 생산한 산업용 화약과 뇌관을 육상과 해상을 통해 운송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북한의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산업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교통 SOC, 산업단지, 주택, 전력, 식량 등 인프라 체계 전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특히 북부 내륙과 중부의 철도 인프라와 총 도로 길이 연장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의 잇단 고전으로 결국 철수를 결정한 롯데그룹도 북한을 새로운 투자처로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오성엽 부사장을 단장으로 롯데지주 공유가치창출(CSV)팀과 전략기획팀 임원, 식품ㆍ호텔ㆍ유통ㆍ화학BU 임원,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장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북방 TF'를 구성했다.

롯데는 북방 TF를 통해 북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부 3성을 아우르는 북방 지역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북방 TF는 우선 북방 지역에 진출한 그룹 내 식품ㆍ관광계열사들을 활용해 대북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의 제과, 음료 시장 진출을 물론 국제기구 등을 통한 인도적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지난 1998년 정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 받았지만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로 관련 사업이 모두 무산된 바 있다. 2008년부터는 북한에 월 평균 2~3억에 달하는 초코파이를 납품했지만 개성공단 폐쇄로 이 역시 중단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과거 대북사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라며 “과거 경험을 발판으로 적극적으로 준비해 먹거리 분야부터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home 이승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