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월드컵서 퇴장 당한 후 20년째 차범근 감독 피해 다닌 하석주

2018-06-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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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밥이 안 들어가요. 낚시에서 잡은 큰 잉어를 껴안고 울고 그랬어요”

이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이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전 축구 국가대표 하석주 아주대 축구부 감독이 20년째 차범근 전 감독을 피해 다닌다고 밝혔다.

하석주 감독은 지난 21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최용수 전 FC 서울 감독, 김병지 SPOTV 해설위원과 함께 월드컵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MC 김어준 씨가 "스웨덴전에서 이 선발은 좀 미스였다 싶은 게 있다면?"이라고 묻자 세 사람은 선뜻 답을 못했다. 김어준 씨가 "다 아는 후배들이라서 말을 함부로 못 하겠어요?"라고 하자 하석주 감독은 "지금 김민우 선수 같은 경우는 박주호 선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후 페널티킥을 내줬는데 엄청 스트레스 받고 있을 거예요.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해 봤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하석주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최초의 월드컵 선취골을 뽑아냈었다. 하지만 백태클로 퇴장을 당했고 한국은 멕시코에 1대 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후 한국은 네덜란드전에서 0대 5로 대패했고 월드컵 도중 차범근 감독이 경질됐다.

당시 하석주 감독은 "점심시간에 차범근 감독 경질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가슴이 아픈 일이고 감독님뿐만 아니라 저희한테도 모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었다.

최용수 전 감독은 "그때 우리가 석주 형 위로를 상당히 많이 해 드렸어요"라며 "우리는 가서 '형 괜찮아 힘내' 이렇게 해도 형은 우리를 되게 피했어요. 멀리 했어요"라고 말했다.

김병지 해설위원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며 "하석주 형님이 퇴장 당했잖아요. 그 후 이틀 동안 붕어잡이를 하고 있었어요. 대화를 이틀 동안 붕어랑 한 거죠"라고 했다.

하석주 감독은 "며칠 동안 밥이 안 들어가요"라며 "그 전에 낚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던지자마자 잉어가 올라오는 거예요. 그 큰 잉어를 껴안고 울고 그랬어요. 눈이 엄청나게 불쌍한 거예요. 저하고 똑같은 입장이잖아요. 울고 놔줬는데 이걸 스스로 이겨내야 되거든요. 지금도 김민우 선수 마찬가지예요. 많은 비판을 받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어준 씨가 "그런 일 겪고 나서 차범근 감독님하고는 대화 해보셨습니까?"라고 묻자 하석주 감독은 "얼굴을 못 들었죠. 도망다녔어요 제가. 축구 행사에도 차범근 감독님 계시면 제가 피해다니고 안 갔어요. 지금까지. 너무나 큰 세계적인 선수를 하던 감독님이신데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라고 답했다.

차범근 감독에게 한 마디 하라는 요청에 하석주 감독은 "감독님하고는 축구계에서는 인연이 돼서 지내야 되는데 98년도 트라우마가 굉장히 컸어요. 감독님한테 정말 죄송하고 직접 봬서 무릎 꿇고라도 사죄를 드리고 싶은데 앞에 서지를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감독님께서는 용서를 해주시겠죠. 근데도 저는 그게 마음이 계속 피해다니게 되는 거예요"라며 "감독님 언제까지 이렇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자리에서 뵙고 정말 제 여태까지 감독님이 그 일로 힘들게 살아온 부분을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어요. 건강하시고 언제 뵐지 모르겠지만 정말 빨리 뵀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