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는 색다른 세계 보양식 열전

2018-06-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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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외국 음식들로 떨어진 기운을 보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벌써부터 삼계탕이나 추어탕 등 한여름 보양식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굳이 ‘보양식’ 개념이 아니더라도 심한 더위는 체력을 저하시키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만큼 세계 각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더위를 이기는 다양한 음식들을 발전시켜 왔다. 늘 먹는 보양 메뉴가 조금 식상하게 여겨진다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외국 음식들로 떨어진 기운을 보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페루식 생선회 세비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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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생선회를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산물이 풍부한 중남미의 페루에서는 생선살이나 오징어, 조개, 새우 등을 레몬이나 라임즙에 재운 ‘세비체’를 즐겨 먹는다. 1시간 정도 절인 해물에 양파, 토마토, 아보카도, 할라페뇨, 고수잎 등을 다져 넣고 올리브유에 버무려 살짝 숙성시키면 된다. 생선살이 감귤류의 즙액을 넣으면 더운 날씨에도 변질이 되지 않고 탄력이 생기면서 씹는 맛이 좋아진다.

세비체는 종류에 따라 생선을 주 재료로 한 세비체 데 페스까도(Ceviche de pescado), 새우를 넣어 만든 세비체 데 까마롱(Ceviche de camarón), 생선살과 게·오징어·조개·소라 등의 해산물을 다양하게 섞은 세비체 데 믹스토(Ceviche de mixto) 등으로 나뉜다. 페루인들은 세비체가 해장에 효과가 있다고 믿어 과음한 다음날 주로 찾는다고.

차게 먹는 채소 수프 가스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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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대표 메뉴인 가스파초는 ‘마시는 샐러드’라고도 불리는 채수 수프를 말한다. 토마토와 피망, 오이, 마늘, 물에 적신 빵을 블렌더에 갈고 올리브 오일과 식초, 얼음물 등으로 맛을 낸다. 이 지역의 농민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여름 채소를 따서 직접 절구에 갈아 가스파초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신대륙에서 전래된 토마토가 재료에 포함된 것은 19세기경의 일이다.

가스파초의 종류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데 햄을 넣는 가스파초 엑스트레메뇨, 치즈와 고기가 들어간 스튜 형태의 가스파초 만체고, 마늘과 아몬드를 넣어 흰색을 띈 아호 블랑코, 녹색의 누에콩을 곁들인 가스파초 데 그레나다 등으로 나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메뉴이지만 모든 재료를 갈아내기만 하면 되므로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차게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마시면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이다.

내장과 채소가 듬뿍 든 일본의 모츠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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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한 국물에 고소한 곱창이 씹히는 곱창전골은 우리나라에서도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인기 메뉴이다. 일본에서도 곱창이나 대창을 이용한 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후쿠오카 3대 메뉴로 꼽히는 ‘모츠나베’(나머지 둘은 돈코츠 라멘과 명란젓)는 색다른 맛으로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탱탱하고 기름진 대창에 양배추, 우엉, 부추, 두부, 버섯 등 야채를 듬뿍 넣어 국물 맛이 시원하며 간장이나 된장 베이스로 맵지 않은 대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요리는 일제강점기 당시 후쿠오카 탄광촌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비교적 값이 싼 소대창에 양배추 등을 끓여 먹은 것이 기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에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츠나베 가게가 상당히 많아졌는데 건더기를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국수를 넣거나 밥을 넣어 죽처럼 먹으면 별미이다.

세계 3대 수프…중독성 있는 매운맛의 똠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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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부이야베스, 중국의 샥스핀 수프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불리는 똠얌꿍은 사실 쉽게 친해지기 힘든 메뉴이기도 하다. 새빨간 국물 때문에 매운맛을 연상하고 한 입 떠먹었다가는 생각지 않은 시큼한 맛에 당황하게 된다. 똠얌꿍의 오묘한 맛은 태국 고추와 레몬그라스, 라임잎 등에서 오는데 익숙해지면 오히려 중독성이 있는 게 이 요리의 특징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똠얌꿍은 새우를 주 재료로 하는데 기호에 따라 닭고기나 돼지고기, 쇠고기를 넣기도 한다. 닭육수를 베이스로 각종 향신료와 새우, 버섯을 넣고 끓이는데 간은 ‘남플라’라고 불리는 피시소스와 레몬즙, 톰얌소스 등으로 맞춘다. 여기에 한국인들이 싫어한다는 고수가 첨가되고 코코넛 밀크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그릇 먹고 나면 어느 새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에 우리의 신선로와 비슷한 용기에 담겨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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